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조화, 협동, 평등의 가치로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2022-02-07 11:05:03.0 arina0322

 조화, 협동, 평등의 가치로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Q. 한국다양성연구소를 소개해 주세요.

 우리는 모든 차별, 억압, 폭력에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 동시에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는 ‘교차하는 권력’ 즉 내가 차별받으면서 동시에 차별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인권과 평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적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마음에도 없는 생물학과를 진학했어요. 군 제대 후,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나와 비슷한 청소년들을 상담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심리학과를 선택해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에서 온 여성교수님께 편견의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여성, 인종 등에 의한 차별에 대해 알게 되었죠. 모든 차별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제가 경험한 억압이 사회적 소수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구조적 차별과 근본적인 원인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었고 대학원을 차별과 인권에 대한 전공으로 진학했습니다.

 

 Q. 차별금지법은 어떤 과정을 겪어왔을까요?

 이미 2007년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의 뜻으로 논의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적지향, 사상의 자유, 임신한 청소년 등에 대한 차별금지 내용은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시민단체들은 그것만 빼고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하여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장애인차별금지법만 따로 만들어졌죠. 장애인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법으로 인해 사람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장애인을 위한 법들이 이후로 계속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 인종, 학력, 지역, 나이 등으로 인한 차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가 무엇이 차별이고 평등인지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작년에 정의당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선후보도 성소수자 항목을 빼고 통과시키는걸 검토해 보겠다고 말하는 등 정치권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에 시민들의 의식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나도 언제든지 차별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설문을 할 때마다 70~80% 이상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Q.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가 차별이 무엇인지, 평등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모르게 하고 싶은 언론과 자본가의 전략이 먹히고 있기 때문인거죠.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과 탓으로 만들어버리는 시험주의 공정담론이 잘 먹히고 있으며 이것이 신자유주의 정신과도 잘 맞물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과 차별의 이유를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고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거에요. 차별금지법은 사회를 좀 더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차별과 억압이 무엇인지, 평등한 세상을 위해 정치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올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차별금지법은 우리의 시민정신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장 기초적인 법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법안은 차별을 금지하는 네 가지 영역을 말하고 있어요. 첫째, 고용 – 사람의 정체성 때문에 고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재화/서비스 – 물건을 사고 팔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서 배재하면 안된다. 셋째, 교육과 직업훈련 – 학교나 학원 등 교육기회를 개인의 정체성 때문에 못 받게 하면 안된다. 넷째, 행정 – 구청이나 시청 등에서 행정서비스를 차별하면 안된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죠. 이미 헌법의 정신에 들어 있는 것을 구체화 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차별하면 안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성별을 언급하고 있어요. ●차별금지법은 사실상 성별에 대한 차별,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여성이라고 모두 똑같은 상황에 있지 않잖아요. 나이가 많은 여성, 장애가 있는 여성, 이주민, 출신지역, 외모, 임신과 출산, 가족형태, 성적지향, 학력 등 수많은 조건이 다른 여성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여성은 또 다른 정체성들과 교차하면서 중복으로 차별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여성을 말하는 여성주의 생협이라면 차별금지법을 당연히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 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안. 「참고인용: 차별금지법안(장혜영의원 대표발의)」

 

 Q. 사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왜곡하는 말도 많은데 어떤 오해가 있을까요?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면 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분들이 있지요. 교회나 어느 집단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해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서비스, 교육, 행정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 대화를 검열하거나 처벌하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거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표현의 자유란 혐오를 포함한 어떤 말이든 함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와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힘 있는 사람이 소수자와 약자를 혐오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분명한 폭력입니다. 그런 폭력적인 표현이 사라질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거죠. 남성들이 성차별적이고 성희롱 섞인 말을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과 생각이 침해받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혐오적인 표현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됩니다.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는 원래 국가가 시민을 억압할 때 약자를 보호해주는 법이지만 이것을 기득권이 약자를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Q. 차별금지법이 여성의 인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성별, 특히 여성은 차별금지법에서 핵심입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한 여성이 실제로 맞물려있는 다른 정체성으로 인해 복합차별 당하는 것을 심도있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중년 여성이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말을 못하고, 오래 근속을 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등 부조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단순히 여성이라는 한 가지 정체성 때문에 이런 차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정체성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따라서 차별금지법은 성평등에 대한 논의를 훨씬 넓고 깊게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Q. 그렇게 보면 장애여성, 농민으로서의 여성, 비정규직 여성, 이주여성 등을 차별하지 말자고 말하면서 성소수자 여성만 빼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어느 하나의 정체성을 빼놓고 차별금지를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정체성들도 결국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죠. 그러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차별금지법이 밀접한 영향을 미칠까요?

 사실 성소수자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서 싸우고 반대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고용, 재화/서비스 등에 대해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자본가가 가장 싫어할 수 있겠죠. 비정규직에게 임금을 차별하고, 노동조건을 다르게 하고, 2명이 일해야 하는 것을 혼자 하게 하는 것,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외모와 성별로 고용을 차별하는 것이 계속되어 왔잖아요. 그래서 차별금지법이 잘 정착된다면 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Q. 차별금지법에서 이야기하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도 우리에게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UN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어느 지역이나 1.7%가 여성이나 남성으로 특정되지 않은 간성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성별이 단 두 가지(남성, 여성)로 나누어질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염색체가 XY, XX가 아닌 XO, XXX, XYY 등 다양한 성별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눈에 보이는 성기의 모양만 가지고 그에게 하나의 성별 정체성을 강요하고 있지요. 성기 모양에 따라 남성이라고 지정되면 핑크가 아닌 파란색을 좋아하고, 로봇을 가지고 놀고, 여성에게 호감을 가져야 하고 사회에서 남자로써 이러저러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남성성을 태어나면서부터 사회, 문화적으로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성별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성소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라는 것을 강요당한적은 없을까. 혹은 ‘가장답게, 주부답게, 학생답게, 자녀답게, 며느리답게’ 등을 강요당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구분을 아무 의문없이 받아들이며 살아온 것 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보수적인 신학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거든요. 교회 다니는 분들 중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고 그것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이해를 해요.

 저도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교회에 다녔고 교회에서 가르쳐 준대로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러나 유학을 가서 직접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함께 생활하다보니까 성소수자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교회를 다니면서도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아와서 어떻게 신앙과 성소수자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아서 ‘인권옹호자 예수’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교회가 예수의 사랑과 실천을 잘 이해한다면 오히려 여성, 비정규직,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과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우리 조합원들이 함께 차별금지법을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조합원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담론을 사회 전반으로 흘려보내주시는 거죠. 오늘 인터뷰를 하기 전에 행복중심생협의 비전을 찾아보았는데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89년부터 참먹거리를 나누며 식탁과 농업을 지켜내고 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화된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 시작했다. 조화, 협동, 평등의 가치를 지향한다. 온 우주 안에 모든 만물이 조화를 이루어 인간과 자연의 평등의 실현되는 사회, 사람과 사람이 협동하고 자연과 사람이 협동하는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건 사실 우리 연구소의 가치이고 차별금지법의 가치와 동일하거든요. 행복중심생협의 소통, 존중, 민주주의, 행복공동체, 대안경제,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연구소의 비전으로 그대로 사용해도 될 정도에요.

 

 Q. 앞으로 생협 안에서 소모임, 혹은 강의나 교육이 진행될 때 한 국다양성연구소와 편하게 소통하고 상담하거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생협 조합원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럼 당연히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 되실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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