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기후 위기와 채식

2021-11-05 16:33:48.0 arina0322

 

 

 『생협과 채식식당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물음은 채식인도 아닌 내가 <기후 위기와 채식>이라는 주제로 이 글을 쓰게 된 시작점이다. 그리고 이 물음은 여성환경연대의 “저탄소 먹을거리 프로젝트”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저탄소 먹을거리는 채식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었고, 지역 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채식 쿠킹 클래스’를 운영해 활동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방향성이 나왔다. 그리고 이 시작이 내 삶의 태도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상시 환경, 기후에 관심이 많았고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환경활동(No 플라스틱)은 꾸준히 해 왔었지만, 채식지향의 식단을 꾸리지는 않았었다. 왜 그랬을까? 요즘은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육류 가공식품도 자주 식탁위에 올랐다. 대부분이 편리성을 기반으로 둔 음식들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채소반찬보다 쉽게 굽고 데워 먹을 수 있는 메뉴들로 바뀌고 있었다. 인공 감미료 맛은 매혹적이라 남편과 아들도 좋아했다. 


 No 플라스틱 활동을 할 때 꾸준히 했던 이야기가 있다. “불편해지세요. 또 다른 편리한 대체품을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몸을 좀 더 써요. 몸은 좀 불편하겠지만, 마음은 편안해요.” 

 

 하지만 먹을거리에서는 편리함을 찾았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을 때는 밀키트 음식도 자주 해먹었다. 그 즈음에 이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육식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육식위주의 식생활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가뭄이 생기고, 사막화가 일어나는지,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왜 생겨났는지,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왜 기후 위기의 큰 원인이 되었는지.


 예전에 환경교육으로 썼던 ‘햄버거 커넥션’이라는 지식 채널e의 짧은 동영상이 생각났다. 햄버거로 시작하여 열대우림 파괴와 이상기후와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는 그물코 같이 연결된 생태계의 순환 고리. 그것을 잊고 있었다. 생각하지 않고, 편리함만을 추구한 결과로구나. 사색하지 않고 사기만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우선 채식 쿠킹 클래스를 준비해야 했다. 

 

 

 『우리는 채식에 반했다』

 

 영등포구청의 핫 플레이스 ‘차호로록’은 채식식당으로 유명하다. 몇 년전 생협 송년회로 처음 방문했는데 주인이 예전에 알고 지내던 언니였다. 반가운 마음에 오고가는 대화 마무리에 기회 되면 생협에서 채식 쿠킹 클래스 진행을 부탁했고 언니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였다. 모든 비용을 지원 받는 저탄소 먹을거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계획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코로나 4단계 상황이라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며, 식당의 인기 채식 메뉴를 선정하고 생협 밴드에 올려 조합원 10명을 모집하였다. 참가자는 프로그램 당일 오전에 개인별로 소분된 식재료를 생협에서 찾아가고 오후에 집에서 화상으로 배우는 방식이었다. ZOOM으로 채식 요리를 배우고 만든 음식을 셋팅하고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참가자의 호응도는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요리 과정은 단순했고, 맛은 담백하고 깊었다. 간장 양념이 아닌 도토리묵 견과 무침은 색달랐다. 두부 견과 호박찜은 담백하고 정갈했다. 가지와 두부는 이렇게 구워야 맛이 있구나. 샐러드 소스에 대한 찬사가 연이어 나왔다. 우리 모두 새로운 요리 방식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손쉽고 맛 좋은 채식음식에 반한 것이다. 

 

 

 『Yes 생협 Yes 채식』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기후 위기 속에서 No가 넘쳐나는 지금, 우리가 외칠 수 있는 Yes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유기농법으로 땅을 살리고, 그 땅에서 난 제철 채소들로 다양한 채식 음식 문화를 생협이 주도해 나갔으면 한다. 향후 생협에서 밀키트가 출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채식 밀키트를 주력으로 하면 어떨까?


 기후 위기와 관계 위기 속에서 생협의 역할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동네에서 친환경 소비를 할 수 있으며, 동네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는 곳.

 

 몇 일전에 생협에서 지인들과 주방고체비누를 만들어서 나누어 가졌다. 세탁 가루세제도 벌크로 만들어서 나누어 쓴다. 이번 주에는 채식 쿠킹 클래스 3회차가 생협에서 진행된다. 마지막 채식 요리로 ‘비건 밀푀유나베’를 모여서 만들기로 했는데 어떤 맛일까? 다들 목요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후 위기 관련 보면 좋을 책  
-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권희중.신승철) 
- 파란 하늘 빨간 지구(조천호)

 

  기후 위기 관련 보면 좋을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 COWSPIRACY(카우스피라시)
- SEASPIRACY(씨스피라시)

 

임소희 서로살림농도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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