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장마는 기후위기다

2021-06-30 15:24:20.0 arina0322

 

 

 최근 들어 날씨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엊그제 비가 내렸는데 오늘도 비가 온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이번 주에도 비소식이 계속 들어 있다.

 

 어렸을 때, 나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았고 빗소리 들으며 창밖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낭만이 참 좋았다. 그래서 비오는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은 비가 올까 봐 걱정이다. 어른이 되어 사노라니 현실적인 삶의 무게가 낭만을 누를 만큼 무거운 걸까? 농촌에 살면서 순무 농사를 지어 순무김치를 만들어야 하고 무를 심어 무짠지 만들고 김치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비가 오면 농사일을 할 수가 없다. 밭에 들어갈 조건은 안 되는데 풀은 또 왜 그렇게 잘 자라는지 밭에 풀만 무성하다.

 

 농사는 심는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심을 때 하루 이틀 늦어진 것이 농작물을 거둘 때에는 일주일 이상의 수확물에 영향을 미친다. 작년에도 씨를 뿌리는 시기에 하도 비가 와서 몇 번을 미루고 겨우겨우 심었지만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성장이 안되어서 가을에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가을 끝자락에 밭에 나가 좀 더 크려나 싶은 마음에 매일매일 살펴봤던 기억은, 심는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날씨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서 농사 작기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적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거 같다. 평균적인 기온의 상승, 아열대 기후로 변한 것 같아 심는 작물의 변화를 줘야 하는지 이제 무엇을 심는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는 고민거리다. 

 

 농사를 지어 가공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비와 관련된 것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로 느껴지고 이는 생존과도 직결된다.

 

 예측할 수 없는 비가 자주 오는 상황을 불평만하고 ‘요즘 날씨가 왜 이래!’ 하늘을 원망해 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나마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는 자부심과는 별도로 이런 생각이 든다. 쉽게 쉽게 생활하고 길들여졌던 많은 것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생활습관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반성하며 거꾸로 생각해 보니 지구의 외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이 편리함과 욕심에서 출발하는 것들이다. 주변에서 농사짓는 것을 보면 쉽게 많이 거두려는 욕심으로 마구마구 쓰는 농약과 화학비료, 비닐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비닐쓰레기, 음식쓰레기가 나오는지. 정말 불편한 진실이 많이 있다.

 

 생활 속에서의 모든 과정이 기후위기와 연결되어 있음에도 외면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안일하게 나와는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가까이서 나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그 반격, 지구의 외침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나 이제 돌아갈래’ 어느 영화에서 설경구라는 영화배우의 절실한 외침처럼 이제 되돌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관성의 법칙이 있어 가던 길을 멈추는 건 아주아주 힘들지만 그래도 일단 멈추고 무엇부터 바꿀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볼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보자 나부터.

 

박상수  행복중심 생산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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