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나의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를 해결한다

2021-06-02 10:09:49.0 arina0322

 

 

 기후변화와 농업·먹거리의 위기

 

 올봄에도 과수가 냉해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오랜 장마와 연이은 태풍, 연초 이어진 혹한은 ‘대파’ 파동을 일으켰다. 이상기후가 더욱 자주 나타나는 것은 기후위기가 심각한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후변화는 농업, 먹거리 생산에 가장 큰 영향과 피해를 가져온다. 병충해가 늘고, 재배 적지가 변화되며 수확량이 감소하는 등 먹거리 생산이 불안정해진다. 한 세대만에 한반도 연안에서 명태가 사라졌듯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가 변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우리 땅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없게 된다.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 1도 상승은 인류가 농사를 지어온 이전 1만년간 기온변화에 비해 25배나 빠른 속도다. 작물과 생태계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훨씬 넘어선 속도로 기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1 사태 이후 2010년 여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가뭄은 수확량 감소와 수출중단, 투기, 국제 곡물가격 폭등을 낳았고, 지중해 연안 지역의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이어져 이른바 자스민혁명2이 촉발되고 이 지역 오랜 정치권력들이 무너졌다. 시리아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내전의 혼란에 빠져들고 난민이 늘어나 유럽 각국에 정치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급기야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영국의 브렉시트3로 이어진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먹거리의 위기는 단순히 작물재배 적응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매장에 넘쳐나는 먹거리와 풍요로운 밥상은 언제까지나 보장될 수 있을까.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밀과 옥수수 자급률, 5%를 겨우 넘는 콩,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이 20% 수준이고 에너지 자급률은 3% 남짓인데, 먹거리 수급에 문제는 없을까? 지금의 먹거리는 불길이 번지는 들판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외줄을 타며 누리는 풍요이다.

 

-------------------------------------------------------------------------------------------------------------------------------------------------------------------------------------

_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_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발생한 민주화 혁명

_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구적 농식품체계는 온실가스 감축의 복병

 

 한편, 인간이 지구상에 이렇게 번성할 수 있는 이유는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농식품체계의 성장과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풍요로운 먹거리는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화석연료 기반 자재와 기계, 설비만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시간(저장, 가공 등)과 공간(운송, 무역 등) 거리를 화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는 3배 증가했고 전 세계 실질 GDP는 7배 늘었으며 에너지 사용은 4배, 비료 사용량은 10배 이상 늘어났다.


 데이터 공유 플랫폼 ‘데이터 세계’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농식품체계에서 생산, 가공, 유통까지의 분야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6%를 차지한다. 다른 연구에서도 전세계 농식품분야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21~37% 수준이다. 지난해 말 <사이언스>에는 ‘지구적 농식품체계가 1.5도 목표달성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현 추세가 지속되면 30%에 이르는 농식품체계의 온실가스 배출이 2050년에는 두배로 증가하여 다른 산업의 탄소감축을 상쇄할 것이라 경고하며, 육식과 음식 쓰레기 감축, 곡물 생산-소비 효율화 등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부문별 배출량을 보면(2019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우리나라의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이산화탄소환산 7억 9백만톤 규모이며, 1990년도 대비 142.7% 증가하였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분야가 86.8%, 산업공정이 7.9%, 농업이 2.9%, 폐기물이 2.4%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였다. 인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8톤으로 1990년 대비 102.6%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19.8%인 인구 증가율에 비해 5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긴 했으나, 주요 국가들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반영하여 산정하면 2030년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1위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감축 목표나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농업과 먹거리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3%에 못미치는 농업부문 배출량은 생산현장의 직접 배출만 산정한 것으로 농식품체계의 전환 필요성과 실천 노력을 호도하는 수치이다. 이 수치에는 20%에 머무는 곡물자급률의 현실과 푸드마일리지로 대표되는 수입, 수급에 따른 배출 외부화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만큼 농식품 전환 정책에의 관심도 흐리고 있다.

 

 산업혁명과 녹색혁명을 거치며 지금의 풍요로운 먹거리를 생산-소비하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화석에너지에 기대고 있는지를 알아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인식과 행위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먹거리의 전환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주체로 참여해야 가능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식품 체계와 기후위기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해결자로 나설 때 전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농업과 먹거리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햇빛과 흙으로의 전환

 

 지금의 일반적인 농업은 생산성 중심의 고투입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일조해옴과 동시에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 영향을 받고 있다. 땅을 건강하게 살리는 농업은 생산과 함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안정화할 수 있다. 흙은 대기보다 2~3배 더 많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산업화한 경작으로 대부분의 경작지 흙은 탄소를 절반 이상 잃었다. 흙이 탄소를 저장할 여지가 있는 상태이고 건강한 유기농업, 재생농업, 탄소생태농업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흙으로 되돌릴 수 있다. 매년 토양 탄소를 0.4%씩 증가시키면 연간 온실 배출량의 75%를 저장할 수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자재, 설비 고투입 농업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는 재생되어야 지속할 수 있고, 물질은 순환되어야 건강할 수 있다. 재생과 순환을 중요시하는 유기농업이 권장되고 육성되어야 한다. 경종·축산이 각자 따로 수입한 자재와 사료를 투입하고 부산물, 분뇨도 따로 활용, 폐기하는 방식의 농사는 지역·마을단위 순환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자들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를 지속·확산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을 늘려가고, 스스로 시대적·사회적 전환의 주체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주고 뒷받침하지 않으면 생산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부 정책 또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조직적 활동 없이는 바뀌지 않는다.

 

 

 먹는 것이 곧 지구에 대한 태도다

 

 나의 정치적 투표가 나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역할을 지지하듯, 소비자로서 내가 선택한 먹거리가 그 생산방식과 유통체계를 지지하는 것이다. 기후 시민으로서 먹거리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현명함이 절실하다. 현재의 햇빛에 기대고, 흙을 살리고 건강한 흙에 기대는 농식품 체계 전환,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전환만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①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농, 탄소생태농 먹거리를 선택하고, ②필요한 것만을 구입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며, ③육류 소비를 줄이고 저탄소 건강 식단을 늘이고, ④농업,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먹거리 체계 전환을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생협과 같이 생산-소비가 연계되어 조직된 활동 단위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생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주의 기적이고, 축복이다. 생명을 이어가려면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나의 먹거리 생산·소비 선택이 지구를 살리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