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지속가능한 어업과 책임있는 수산물 소비를 위해

2021-04-30 10:03:21.0 arina0322

지속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를 위해

 

 

 

 쥐치도 명태도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의 바다

 

 내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들도 대부분 수산물이다. 된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자글자글 지진 꽃게탕, 간장에 자작자작하게 조린 오징어와 명태조림, 바싹하고 고소한 고등어와 갈치구이, 얼큰하고 시원한 홍합탕, 생태탕은 할머니가 손주들이 오면 직접 장만해서 차려주시던 사랑의 밥상이었다. 그것뿐이겠는가? 극장가의 호객꾼인 오징어, 버스터미널의 구운 쥐포는 우리의 코와 입을 즐겁게 해주는 국민 간식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수산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저렴하고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쥐치는 쥐포가 인기를 끌자 쌍끌이 대형트롤어선들이 본격적으로 조업하기 시작해서 1980년대 중반 30만 톤에 육박했던 생산량이 단 10년 만에 0.5%도 남지 않을 만큼 고갈되어 버렸다. 명태도 1940년대 시작된 쌍끌이 대형트롤어선들의 남획과 1970년대 어린 물고기인 노가리 어획에 대한 규제마저 풀어버려 생산량이 급감하다가 2008년에 아예 한국바다에서 멸종되어 버렸다. 현재 우리가 즐겨먹는 황태, 코다리, 북어, 명란 등도 모두 미국산이나 러시아산이다.

 

 

 고갈되는 바다 그리고 유령어업에 죽어가는 물고기

 

 우리 앞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들이 고갈되니 어업인들간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좁은 어장에서 통발, 자망, 선망, 저인망, 안간망, 정치망 등 40개가 넘는 어획방식으로 오밀조밀하게 조업을 하고 있으니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불법어업과 레저낚시까지 가세하니 수산자원고갈은 더욱 심해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뿐만 아니라 혼획 어업으로 인해 돌고래, 상괭이, 고래류 등도 우리나라에서만 약 7년간 1만 마리가 희생되었다. 또 버려진 폐어구들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 약 50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동안 물고기를 포함한 바다생물들이 폐어구에 얽히거나 갇혀서 죽게 된다. 현재 전 세계에 버려지는 폐어구를 약 64만 톤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 해양오염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폐어구들은 어·패류 산란과 서식도 크게 방해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년 동안 우리 연·근해에서 발생되는 폐어구가 44,000톤으로 집계된다고 하였다. 그중 25% 정도만 수거되고 나머지 75%는 아직 바다에서 유령조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약 4,000억대로 추정하고 있다.

 

 

 책임있는 소비의 필요성, MSC의 탄생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람들의 책임 소비문화가 시장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소비가 없으면 생산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이 생산자의 태도에 변화를 주게 된다. 소비자가 수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어획되었는지 고려하지 않고 값싼 수산물만 찾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업인들도 굳이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서 책임 있는 어업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격과 품질을 맞추기 위해 남획과 불법어획된 수산물도 유통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어업에 관심이 없으니 유통에서도 굳이 원산지와 이력추적을 따지면서 수산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누가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시장이 할 것인가? 정부가 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단체가? MSC 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는 이러한 배경에서 설립이 되었다.


 유럽에서 즐겨먹던 대구가 대서양에서 완전히 고갈되고 난 후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다. 높아진 소비자의 수준은 유통시장 혁신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특정 마트에서 불법 어획된 수산물을 찾아내기 시작하였고 불매 운동을 벌렸다. 그러자 시장은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테스코, 코스트코, 월마트, 까르푸 등 100여개가 넘는 대형마트들이 고갈어종에 대한 관리와 지속가능한 수산물 공급을 목적으로 MSC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공급업체들에게도 MSC 인증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신선, 가공, 냉동 수산물 전 코너에서 MSC 에코라벨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구매하는 수산물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주요 고갈 위기어종에는 자원회복을 위해 100% 인증을 요구하고 있고, 전체 수산물 중 최소 50~100%를 MSC 어업에서 나온 것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영국의 세인스베리와 일본의 이온은 2025년까지 전체 수산물 100%를 MSC 에코라벨 상품으로 대체하겠다고 선포했다.

 

 

 

 MSC 인증이 자원 회복을 만들어낸 사례

 

 MSC 인증을 통해 불법어업을 몰아내고 자원량을 회복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예가 우리가 메로 또는 칠레농어라고 부르는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사례이다. 1999년 8월, 미국의 주요 유기농, 천연식품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은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았던 파타고니아 이빨고기의 판매를 중단하였고 자원회복 후 MSC 인증을 취득하지 않으면 다시 공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약 32,500톤의 파타고니아 이빨고기가 IUU어업에 의한 불법 어획물로 추정되었고 거의 멸종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었다.


 6년 후, MSC 어업규격을 준수하고 자원을 회복하게 된 파타고니아 이빨고기가 홀푸드마켓 수산물 진열대에 다시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최초로 MSC 인증을 받은 파타고니아 이빨고기 어업은 남빙양 해역의 남 조지아 어업에서 시작되었는데, 자원량의 회복뿐만 아니라 조업 시 수 천 마리가 혼획되어 죽음을 맞이했던 바닷새 알바트로스의 혼획 비율까지도 급격히 감소하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현재는 전 세계 이빨고기 어획량의 50% 이상이 MSC 인증 어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산물의 17%가 MSC 인증어업에서 나오고 있고 100개국에서 40,000개의 MSC 에코라벨이 유통되고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0억 달러 규모이다. UN과 FAO에서도 수산부문의 SDGs를 달성하기 위해 MSC 인증을 취득하라고 권고하고 맥도널드, 힐튼, 하얏트 등 수산물 주요 바이어들이 구매 선언을 하고 있다. 

 

 

 행복중심착한참치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MSC 인증 확산

 

 우리나라에도 행복중심생협에서 국내 최초로 MSC 에코라벨과 함께 착한참치를 출시 한 후 지속가능 수산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동원F&B, 한국맥도날드, 이케아 푸드, 홈플러스, 롯데마트, 한성기업, 올가홀푸드, 덕화푸드, 삼진어묵 등 65개의 기업에서 MSC CoC 인증을 획득하고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소비자에 알리는데 동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MSC는 지속가능수산물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개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교육기관과 연계한 환경교육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수산물 유통·판매기업과 연계하여 소비자 캠페인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생산자와 바이어가 서로 지속가능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사랑하는 수산물을 계속 즐기기 위해서는 정부나 어업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수산자원은 정부의 것도, 어업인들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가 없으면 지속가능한 어업도 없다. 

 

서종석 MSC 한국대표/부경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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