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6.2데이에 떠올리는 여름의 추억

2022-05-19 14:33:25.0 arina0322

 

 추억 속에 미소짓게 하는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사건과 사람들로 채워진 나에게 나다움을 구성하는 것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그에 동반한 감정들이다.

 

 생협 조합원이 된 이후로 내게 6월은 유기데이로 시작된다. 62Day에는 유기농 먹거리를 더 챙기게 된다. 매일의 일상이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가 근간이 되면 62Day는 보통의 날이 될까?

 

 일찌기 환경운동이 시작되었으나 체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구가 뜨거워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동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안다. 봄가을이 짧아졌고, 더위와 추위가 불안정한 패턴을 그리고 있다. 54일 동안 연속으로 비가 오고, 이 비를 맞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라고 말했다.

 

 추억.

 한여름, 며칠간의 장마에는 꿉꿉한 공기를 말려주려 연탄불을 넣었다. 따끈한 아랫목에서 만화책을 읽다 낮잠을 자기도 했다. 한여름 땡볕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스팔트가 얼마나 뜨겁던지, 작은 몸뚱이가 시들시들해졌다.

 

 수박을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을 몰랐을까? 수박은 뚝뚝 썰어 우적우적 먹는 것보다는, 얼음을 깨고 숟가락으로 작게 떠낸 수박화채가 좋았다. 덩어리 얼음에 바늘을 대고 칼자루로 퉁퉁쳐서 조각을 내었다. 부정형으로 잘라진 얼음은 화채 국물 속에서 작고 부드럽게 변하여 오독오독 깨물어 먹기 좋았다. 화재는 시원하고 달콤하다. 화채 그릇은 다른 그릇보다 예뻤다. 여럿이 예쁘게 기쁘게 둘러앉은 것이 좋았다.

 

 얼음을 사러 가는 일은 내 몫이었다. 얼음을 사러가는 작은 골목은 검은 아스팔트보다는 시원했고, 맛있는 수박 화채를 상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수박을 먹으면 반드시 누가누가 씨를 멀리 뱉어내는지 시합을 했다. 어떤 요령이 있어야 멀리 가는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내기도 아닌 그저 함께 뱉어내는 그 움직임과 화채를 먹으면서 만들어 내는 동작의 덩어리들이 평화로웠다. 이것이 여름이란 이름으로 추억되는 제일 첫 번째의 것이다.

 

 더위도 추위도 먹으면서 이겨나가는 우리 민족!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지혜로운 일이 아닌가? 누구라도 겪는 더위와 추위를 다같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음식 나눔으로 견뎌가는 것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온기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온기를 주지 않고는, 온기를 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이제는 화채는 만들지 않는다. 수박은 혼자서 충분히 달고 시원하다. 네모로 썬 수박을 채워놓고, 함께 먹을 친구를 기다린다. 예쁘게, 기쁘게, 평화롭게 함께 먹을 친구를 기다린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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