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코로나에 걸리다

2022-04-19 15:42:03.0 arina0322

 

 

 몇 주 후면 방역기준이 완화되어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게 될 거라 한다. 위드 코로나로 가게 될거라 예상한다. 1,400만명 가까이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고 백신 접종자가 85%가 넘는 상황이다. 며칠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텐데 하다가, 그래도 코로나에 걸리면 자가격리는 해야 할테니, 아쉬워 할 일만은 아니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몸살기운도 심해서 옷이 살에 스쳐도 아프다. 내가 살이 많다는 것을 자각한다. 물을 많이 먹는다. 방안에 밀어 넣어준 물병을 금새금새 비운다. 오이, 사과, 토마토 같은 물기 많은 것이 땡긴다. 구호물품으로 라면, 통조림보다 1차 농산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들놈들이 방문 너머로 간혹 뭐가 필요한지 묻는다. 너네나 잘 챙겨 먹어라, 냉장고 두번째 칸 왼쪽에 뭐뭐가 있다 말한다. 생협 주문 온 거, 뭐는 김치냉장고 오른쪽에 두고, 뭐는 냉동실 포켓에 넣으라고 일러준다. 살림을 안 한다 해도 머리 속에 다 그려지는 이유는 뭘까.. 아들놈들, 딱히 큰 도움은 안 되고 병중에도 챙겨줘야 하지만, ‘오늘은 어때?’ 하고 물어오는 목소리에 안심이 된다. 나 혼자가 아니다.


 코로나는 박쥐에서 전파되었다. 박쥐는 130여 가지 바이러스의 숙주라고 한다. 앗, 온갖 병균을 몸에 지닌 더러운 동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박쥐가 없어지면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 나설 것이고 바로 인간이 그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존재인가?


 2008년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일군의 과학자들이 지구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생물이 무엇인지 토론 끝에, 가장 중요한 5개의 개체를 꼽았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박쥐인데, 영장류, 꿀벌, 균류, 플랑크톤이 그것이다. 이중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하고, 야행성을 지녀 밤에 꽃이 피는 열대과일의 수분을 담당하며, 온갖 바이러스를 자기 몸에서 싣도록 하여 세상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니 박쥐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자연개발도 어지간히 해야 한단 말이다. 


 이 ‘어지간히’, ‘적당히’는 얼만큼을 말할까? 누가 정하는 것일까? 왜 정해야 할까? 법으로 정할까? 대통령이 정할까? 밀림의 소유자가 정할까? 


 법은 최소한의 도덕으로서 도덕의 주체인 사람들의 도덕감을 뛰어넘을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 당선되므로 민의를 넘어설 수 없다. 토지소유자는 모두의 것인 자연을 이용하는 권리를 화폐로 샀으니 모두를 뛰어 넘을 수 없다. 따라서 모두가 공감하고 합의하는 어떤 적정함에 대한 감각이 우선이다. 그것을 상식이라 불러도 될까.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상식, 누구나 공감하고 지지하는 ‘적당한 선’을 가진다면, 그것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이리라.

 
 인간은 취약하다. 열이 1℃만 올라도 몸이 축축 처지고, 한 끼만 굶어도 속이 쓰리다. 그러한 인간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것이 기술과 도구 그리고 사회이다. 우리는 ‘모두’의 관점에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고, 그것의 한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해 나아가야 한다. 커다란 대한민국 속에 한 작은 사회로서 협동조합은 선량한 모두의 일련의 도덕감에 기초하여 우리의 상식을 만들어 가는 장으로서 존재한다. 우리 안에서 많은 학습과 토론, 작은 실천들이 장려되야 하는 이유이다. 


 주말이면 해방이다. 저번 주에 먹으려던 ‘해물탕’을 끓여야겠다. ‘알탕용 알&곤이’에 향긋한 쑥갓과 미나리도 얹어서. 소주도 빠질 수 없지. 한 잔은 나를 위해 또 한 잔은 모두를 위해!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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