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여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키워진다.

2021-10-08 11:20:26.0 arina0322

 

 한 발 더 나아가기2. 여성주체 

 

 우리는 2005년부터 행복중심비전을 수립하고, 현재 2030비전 실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 기후위기 대응 등의 시대전환적인 과제 속에서, 비전 키워드(참먹거리, 여성주체, 지역사회, 복지시스템, 대안경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사명을 재조명하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근본적인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1989년 창립한 행복중심생협은 주부여성이 사회변화의 주역이 되어 환경농업과 생산자 보호를 위한 공동구입사업과 지역사회 활동 즉, 소비활동과 조합활동이라는 생활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모체였던 여성민우회는 여성의 권리 신장과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몫을 다하고자 하는 여성사회운동의 선봉에 있었습니다. 여성민우회의 정신적 스승이었던 이이효재 선생님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최초로 개설하여 후학을 양성하였고,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협동조합을 연구하시기도 했습니다. 협동조합이란 정부나 시장에 앞서 존재하는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자조와 협동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제도로서 이이효재 선생님께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협동조합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도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경제 시스템으로 의존적인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실효성있는 제도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통찰을 이어받은 리더십이 있었기에, 여성민우회는 창립 직후 행복중심생협의 첫 출발이었던 ‘함께가는 생협’을 창립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중심생협의 출발에는 젠더 문제가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지만, 사회적 관습 속에서 여자로 길러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행복중심생협이 호주제 폐지운동에 동참하고, 평등명절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사회 성폭력 문제 해결에 나섰던 것은 그러한 이유였습니다. 오늘날 OECD 국가의 여성교육 수준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평균이상을 넘어서고 있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남녀임금격차, 데이트 폭력 등은 젠더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뤄내야할 과제가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업주부가 아닌 사회주부로

 

 우리는 ‘부엌에서 바라 본 세상’이란 슬로건으로 가정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체로서 먹거리의 생산ㆍ유통ㆍ소비 시스템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소비자 권리에 기반한 제도개선 요구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먹거리 관점에서 바라본 시장은 그당시 이미 글로벌 식량 대기업에 포섭되고, 기업의 이익추구에 평범한 시민의 건강추구권은 침해당하고 있었습니다. 먹거리 하나만 보아도 시대의 작동원리가 훤히 꿰뚫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사회주부로서 자신을 명명하고, 먹거리 소비자운동을 벌이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위해 친환경농업 확대를 주장하고, 환경친화적 생활실천을 제안하고, 생명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농촌체험과 식교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 GMO완전표시제는 행복중심을 포함한 모든 생협이 집중하고 있는 의제입니다.

 

 

 건강한 먹거리의 주체, 주부에서 누구나로

 

 이제 우리사회는 젠더를 넘어 섹슈얼리티가 화두가 되고, 남녀평등을 넘어 성평등을 추구하는 단계로 까지 진전해 왔습니다. 포용성과 인권 감수성이 깊어졌기 때문이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더불어 먹거리 부문에 있어, 이제 가정에서의 먹거리 문제를 담당하는 주체를 주부여성으로만 한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율도 높아지고 1인가구가 총 가구수 대비 30%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식구를 위하여 식탁을 차리는 사람들에게 행복중심은 다가가야 합니다. 1인 가구 청년과 중장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용 가능한 먹거리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조합원 활동을 통해 1인이 만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행복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일찌기 사회에 눈을 뜬 주부들의 공동체에서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식사를 함께 할 사회적 공동체로 우리를 확장해 가야 합니다. 여성주체를 외쳤던 여성의 리더십은 이제 ‘부엌이 곧 세상’이라는 우리의 두번째 슬로건을 제대로 확장하여, ‘누구나’ 환대할 수 있는 생협의 제도와 시스템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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