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누구에게나 도달 가능한 참먹거리를 위하여

2021-09-14 09:20:07.0 arina0322

 

누구에게나 도달 가능한 참먹거리를 위하여

 

 1989년 창립한 행복중심생협은 주부여성이 사회변화의 주역이 되어 환경농업과 생산자 보호를 위한 공동구입사업과 지역사회 활동 즉, 소비활동과 조합활동이라는 생활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그 시기는 유럽선진국의 잉여농산물 수입 압력이 거세어져, 부모님의 땅이 조방농업으로 생산된 값싼 농산물에 희생되지 않도록, 경제 자유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였습니다. 

 

 창립 후 32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세 번은 바뀐 세월, 크게는 세 가지의 도전적 과제 앞에서 우리의 참먹거리 사업을 되돌아봅니다.

 

 첫째, 기후위기입니다. 코로나로 생산을 멈추었을 때 드러난 푸른 하늘은, 경제성장이 자연을 갉아먹어 왔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온대 몬순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변덕스럽게 바뀌어 버린 기후와 새로운 병충해 탓에 세계의 먹거리 생산은 위협 받고 있는데 말입니다. 

 

 둘째,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더군다나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우리사회는 더욱 지역불균형도 심각합니다. 농촌의 고령화율은 40%가 넘고, 농촌에 정착하려는 젊은 세대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옥한 농지와 솜씨 좋은 농부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먹거리 환경에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조합원의 처지는 어떠합니까? 새내기 주부는 이제 며느리를 맞아 고부간에 자매애 실현이 가능할지 고민하게 되었고, 자녀를 떠나보내고 단촐한 식탁을 차리고 있기도 할 것입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전통적인 4인가구 중심의 가족형태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식탁을 준비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가정주부만의 몫이 아닙니다. 다양한 형태에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며, 특히나 고독한 식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셋째,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98년 IMF위기 이후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하고 가계의 실질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T.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불평등을 이야기하기 전부터, 점차 우리사회가 계층적 역동성을 잃고 부동산 기반 세습권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을 우려해 왔습니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느새 부쩍 늘어난 고독사에 대한 기사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가 선언되어 가는 즈음, 행복중심은 다음의 도적적 과제를 성찰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보다 확장된 참먹거리 운동이 필요합니다. 친환경농업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소비는 물론 폐기까지 고민하고, 농업과 현재 생활방식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지해져야 할 시간입니다. 

 

 둘째, 소비주체를 가정주부에서 누구나로 확장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참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가격과 다양성, 이용 용이성, 고독한 식사를 하지 않을 커뮤니티까지도 필요합니다. 

 

 셋째,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정의 식탁을 사회적 식탁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돈이 조금 부족해도, 가족이 없어도 식사자리에서 배제되지 않는 따뜻한 식탁이 필요합니다.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연대는 약화되고 문제는 더욱 복합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관계에 기반하여 풀어가는 것-연대와 협동, 참여와 공유-에 협동조합의 사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협동조합답게 조합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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