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다

2021-06-03 09:52:49.0 arina0322

 

 

 오래 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적이 있다. 아마도 큰 생선을 통째로 쪄 내는 명절이었던 것 같다. 평소 잔가시가 많은 생선은 잘 먹지 않지만, 가시를 일일이 발라내기 어려워 꼭꼭 씹어 넘기기도 했다. 이날은 어중간한 가시가 입 속에 맴돌았다. 순간 꿀떡 삼켜도 될 거란 생각에 그리했건만 목구멍 어딘가에 콕 박히고 말았다. 민간요법으로 밥을 한 숟가락 삼켜 보았다. 밥 한 공기를 비울 때까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는 부르고 가시도 빠지지 않아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 목에 걸린 가시를 어떻게 뺄까? 저 깊은 곳에 박힌 것 같아, 기다란 핀셋을 목구멍 깊숙이 찔러 넣으려나 하고 조금은 겁이 났다. 의사는 거즈를 주며 내 혓바닥을 잡고 있으란다. 되도록 길게 그리고 목구멍이 의사에게 보이도록 혓바닥을 납작하게 늘어뜨렸다. 의사는 순식간에 뭔가로 가시를 뽑아내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집으로 돌아왔다.

 

 가시는 좀 낯설다. 전통시장이 아니고서는 요즘 생선 대부분은 가시를 발라 포장되어, 적당히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잘 구워져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해도 되는 것도 있다. 우리는 물고기를 보지 않고도 먹기 좋게 해체된 생선을 대면할 수 있다. 

 

 싹을 틔우는 대지, 알을 품고 있는 대양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은 정육코너의 삼겹살이 실은 살아있는 돼지의 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한탄하며 혀를 끌끌 찼지만, 나 역시 바다 생물에 있어서는 아이와 마찬가지다. 도무지 생명을 주고 떠난 그를 알지 못하고, 생명의 흔적이 남게 되면 내 몸에 받아들이는 데도 서툴다. 동태를 다듬다가 문뜩 눈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난다. 꽁꽁 얼어버렸어도 그 몸을 잘라내기 무서웠다. 생명을 잃고 ‘살’이 되면 저항할 가시도 없고 순순히 삼켜지고 우리는 편안하다.

 

 생명을 장사지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편한 세상이니, 식탁이 차려지는 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일이다. 또한 의도치 않게 무고한 생명까지 해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참치를 잡는 그물에는 참치 말고도 무수히 많은 것이 걸려든다. 거북이, 상어, 청새치 등등. 이것을 살려 바다로 돌려보내기 어려우니 죽여 보낸다고 한다. 참치잡이 원양어선이 그야말로 피바다가 된 영상은 차마 끝까지 보기 어렵다. 

 

 우리는 MSC 인증을 받은 참치로 통조림을 만들기로 했고 벌써 세 번 째 생산을 하게 되었다. 그물로 싹쓸이 하지 않고, 낚시로 잡은 참치다. 수고롭게 한 마리씩 잡는 과정에서 대서양의 어업 노동자들의 땀이 깃들어 있고,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희생되는 물고기가 없으니 감사한 일이다. 수렵이나 농사나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터전을 지켜야 한다. 땅과 바다 그리고 씨앗을 지키는 것이다. 생명 그리고 공공의 자원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훼손할 권리는 어떻게 성립하는지 알 수 없지만,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 가야하는 시절이다. 

 
 목에 가시가 들어와도 굳이 내 손으로 성스러운 해체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연의 순환과 회복력을 해치지 않는 소비생활로 나의 탐욕을 자제하는 것으로 면피하는 방법을 찾는다. 이 역시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 행복참치 펀딩을 통해 이러한 소비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이 아니고서는 소비생활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기 어렵다. 행복중심 조합원이 꾸준히 소비하여 지켜온 행복참치, 3년 만에 또 다시 그 마음 모아보기를 기대한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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