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행복중심과 함께한 20년을 되돌아보며

2021-03-08 15:17:14.0 arina0322

 

 

 행복중심과 함께한 20년을 되돌아보며

 

 인연이란 그런 거 같다. 우연인 듯 필연인 것. 
우연처럼 내게 다가왔지만 내 어느 곳에선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이었기에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발길을 끌었던 것이다.

 

 나와 행복중심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어 20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20년 행복중심은 독박육아에 지친 심신의 위로가 되어주고 경력단절 여성인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열심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꿈과 도전의 장이었다. 부족한 품성과 사회성을 변화시킬 기회와 용기를 주었고, 내가 가진 자그마한 역량을 발휘하며 자긍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인연이다. 


 협동조합은 그렇게 내 삶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내가 가진 생태 지향적 가치를 삶에 반영할 수 있었고,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개인적 삶이 어떻게 사회적 삶과 연결되는지 자각하게 했다. 마을 안에 함께 살아가는 정이 무엇인지 느끼고, 서로 돕고 격려하며 함께 도모하면 나와 주변이 행복하게 변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것을 나누고 확산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20년을 걸어 올수 있었다.

 

 한편, 나에게 협동조합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누군가는 협동조합을 운동과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종합예술이라 했다. 일반적 시민단체 활동과 달리 운동성만이 아니라, 사업체 운영을 통해 가치를 증명해야 했고, 2000년대 초반 꽃을 피우며 성장했던 생협 사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힘겨워졌기 때문이다. 매장에 조합원의 발길이 뜸해지는 원인이 무엇일지, 어떻게 조합원이 찾는 생협이 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조합원의 요구를 파악하고 불편을 해결해 보려 애쓰는 한편 사업전문성 강화에서 답을 찾으려고도 했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조합원 출자와 차입 등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그래도 여기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사명감 하나로 박봉을 견뎌준 직원들, 자부심을 가지고 가정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감수하며 활동에 전념해준 조합원 활동가들, 큰 생협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고 원칙을 중히 여긴다고 우리의 존재를 소중히 여겨준 생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원동력들이 재생산되지 못하고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 고민이 커져갔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유통사업은 소규모 점포에서 창고형 대형 마트와 편의점으로, 또 다시 빠른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변해 왔으니, 변화의 흐름에 발 빠른 대응을 못한 것이 원인일까? 30년 전 생산력 증대를 앞세운 농업정책으로 농약과 비료로 찌들어가는 생태계와 먹을거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돈과 물질 중심의 사회 속에서 우애와 협동, 신뢰가 작동하는 대안경제를 만들고자 한국의 생협들은 친환경 생활재 협동소비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친환경농업 제도화와 친환경 유통사업이 생협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시장으로 편입되었으니 초기 사명을 다하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2021년 지금 생협의, 행복중심의 사명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조직의 리더로서 보낸 지난 4년간 이 고민은 더 깊어져 갔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가 보내는 메시지는 생태계와의 조화로운 삶,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결을 우리 사회의 과제로 던졌다. 30년간 소비자생협들이 지속해온 협동소비의 장점을 살리면서 현재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움을 어떻게 더할 것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또 일반 시장에 맞서려면 협동조합 간 협동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4년간의 고민과 답을 찾으려는 조직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로 남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부디 행복중심 모든 구성원이 함께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고 헤쳐 나가길 바란다.
 

강은경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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