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인간의 삶과 노동, 그리고 정의

2020-11-02 15:57:11.0 arina0322

 

 

 인간의 삶과 노동, 그리고 정의

 

 호모사피엔스, 현생 인류를 지칭하며 지혜로운 인간을 뜻한다. 인간은 생존하고 생활하기 위해 노동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력을 증대시켜왔다. 문제는 생산력 증대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원시시대 수렵채집인인 보다 농업혁명이후 농부들은 대체로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되었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진 않았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고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 보다 더 열심히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하게 됐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농업생산을 넘어 인류는 더 많은 생산력이 생겼지만 공동의 생산수단인 땅을 잃어버린 후 임금노동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는 곧 더 많은 노동시간과 강도를 의미한다. 주40시간의 법정 노동시간보다 더 많이 일해야만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는 사람도 있다.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고된 노동현실과 죽음으로 까지 내몰리는 극한의 상황을 마주하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결국 분배의 정의가 작동되도록 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라루브, 모든 조합원의 노동으로 움직이다

 

 평소 협동조합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함으로써 유통에서의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한편 이 합리적인 가격의 문턱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최근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를 접하게 되어 놀랍고도 반가웠다. 프랑스의 라루브(La Louve)라는 협동조합 슈퍼마켓과 미국 뉴욕의 파크슬로우푸드쿱(PSFC) 이야기다. 핵심은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 로컬푸드를 공급하는 것. 그리고 비결은 모든 조합원이 매달 2시간 45분씩 제공하는 노동이었다. 라루브가 위치한 곳은 파리 18구인데 가난한 이민자출신의 거리, 위험한 거리,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파리 속 식민지 같은 곳에 친환경 생협 매장을 만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을 모으고 조합을 만들기까지 3년 정도가 소요됐다고 한다.


 남녀노소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조합원이 100% 노동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하는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동의 협동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친환경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게 정말 가능하다니 놀라웠다. 100% 조합원 노동도 어메이징하고 이것이 또 평균적으로 가격을 시중보다 20% 낮추는 역할을 하다니! 이는 노동을 통해 비용을 아꼈다기보다는 하루 1000명이 함께 노동에 참여하며 만들어내는 긍정의 힘이었을 거라고 본다. 많은 인원이 함께 일하며 서로에게 협동의 에너지를 느끼고 일하러 왔다가 장보고 가는 것이 자연스레 조합원이용을 높이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1000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일하고 장보며 부딪치고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군무를 이들은 'CoopDance'라고 부른단다. 상상만 해도 에너지 넘치는 장관이다.

 

 

 씨끌벅적한 행복중심을 꿈꾸며

 

 어느 순간 복잡하지 않게 변해버린 행복중심생협 매장의 풍경을 돌아보게 된다. 조합원들이 장보고 한편에서 시끌벅적하게 개인사를 나누던 활기찬 매장이 그리워진다. 사회가 점점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코로나가 비대면을 요구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점점 조합원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모든 조합원이 노동에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변신하는 것은 당장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고 참여하는 조합원을 늘려나간다면 분명 매장은 조합원들의 발길과 에너지로 활기가 넘칠 것이고 이용하는 조합원도 늘어나 조합 사업도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함께 하는 즐거운 노동이, 참여가 만들어내는 주인의식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가격의 장벽도 낮출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강은경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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