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위험사회, 돌봄이 필요한 사회
2020-09-03 12:39:53.0
arina0322
위험사회, 돌봄이 필요한 사회
올해는 아주 특별한 한가위를 맞이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일상의 평범함이 없어진데다 유래 없이 긴 장마로 과일과 채소 농사가 엉망이 되었다. 수확의 풍요로움도, 고향으로 향하는 대이동도 예전 같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러스의 창궐과 기후위기,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 규정했던 ‘올리히 벡 교수’의 통찰을 다시 조명해보게 된다.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빛과 그림자처럼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는 경고였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할 것이며, 무엇보다 문제는 이 위험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계층과 지역을 초월하는 일상적 위험이라는 것이다. 산업발전을 위한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산업 부산물로 인한 생태위기, 생산성 중시가 가져온 산업재해 및 노동소외, 분배의 문제와 양극화,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인간대체와 실업, 의료기술 발전이 가져온 고령사회 등등. 벡 교수는 위험사회를 이야기하면서 근대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근대, 성찰적 근대로 사회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과학기술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그 한계도 함께 인식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여야 하며,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정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다시 말해 돌봄이 필요한 사회가 되었다
우선 발 딛고 살아가야할 터전인 지구생태계를 돌봐야 미래가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협박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절박한 필요다. 벡 교수가 이야기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는 데 모두가 동참해야한다. 불편하지만 기꺼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회가 전환되어야 한다. 개개인의 인식 전환과 실천으로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제도를 견인하고 지구온도를 낮춰야 한다. 플라스틱과 전기 문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플라스틱과 전기를 대체할 다른 소재와 에너지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기업에게 환경세를 지불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걸 지지하는 개개인의 선언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기업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탄소 농법 개발과 친환경농업 육성지원으로 농업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은 먹거리 소비의 주체인 시민들이 친환경농업의 기후위기 대응 효과를 인식하고 친환경농산물을 적극 소비함으로써 생산자와 농업정책을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돌봄망이 되어주자
현대사회의 위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놓여 있지만 그 위험을 감당해야하는 수위는 저마다 다르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위험에 대한 부담이 크고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이들을 위한 지역사회 공동체 내 서로 돌봄을 통해 위험에 함께 대처하고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모두가 어려움에 빠졌지만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서비스 노동자 같은 약자들이 겪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상황에서 독거노인이나 이주 노동자처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경우 적절한 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한편,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철저한 방역체계와 함께 국민건강보험체계와 같은 사회적 안전 장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지역 공동체가 이웃의 삶을 보살피는 돌봄 안전망이 작동해야 위험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한 사회가 가능하다. 생협이, 행복중심이 돌봄 안전망의 중심 이 되면 어떨까.
강은경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