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고 행복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콩나물

2023-03-31 11:19:57.0 arina0322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고

행복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콩나물

 

강화 우리마을 총괄원장 원순철 신부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 생산지, 강화도 우리마을

 지난 2003년부터 올해로 21년째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은 품질좋고 맛있는 국산콩 무농약 콩나물을 먹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조합원들에게 맛좋은 콩나물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강화도에 있는 ‘우리마을’이다. 대한성공회에서 설립한 비영리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2000년 대한성공회 김성수 전 주교가 부친에게 물려받은 사유지를 기부해 설립한 곳으로 발달장애인 자활과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서였다.

 

 

 일 하고자 한다면 업무능력 판단하지 않고 먼저 기회를...

 현재 우리마을에는 51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콩나물 생산공장에 20명, 전자부품조립과 커피찌꺼기를 이용한 연필과 화분을 만드는 직업재활 사업장에 31명이 일한다. 우리 사회 많은 성인 발달장애인은 이중고를 겪는다. 일할 곳이 턱없이 부족하고, 작업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일할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마을은 발달장애인 채용시 기본적인 업무능력 보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먼저 본다. 일을 하기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더라도 꼭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면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업무를 익힐 때까지 지도교사가 일대일로 직무교육을 집중 진행한다. 물론 한두달 후 포기하는 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자기 일의 보람을 찾는 분들이 더 많다.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24년째 우리마을에 근무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 5명, 이곳에서 정년퇴임까지 한 분도 3명이나 된다.

 

 

▲ 화재사고 이후 첨단 생산시설을 갖추고 더 큰 규모로 지어진 강화콩나물 생산공장              ▲ ‘우리마을’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후원 해준 단체와 개인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현판

 

 

 우리마을이 ‘콩나물’을 선택한 이유 왜 하필 콩나물이었을까?

 발달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위해 선택한 품목이 처음부터 콩나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상추, 양계, 버섯, 화훼 다양한 품목을 시도했지만 다 실패하고 유일하게 살아 남은 품목이 콩나물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에 가장 흔하게 오르는 콩나물이 20년 넘는 세월동안 발달장애인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좋은 원료, 좋은 기술, 좋은 품질

 콩나물은 콩의 식물성 단백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콩에는 없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특히 숙취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과 B2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좋은 식품이다.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콩나물이지만 강화 콩나물의 맛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생협을 찾는 이유로 강화 콩나물을 꼽는 조합원들도 있다.

 

 그렇다면 강화 콩나물 맛의 비결은 뭘까? “엄선한 좋은 원료, 최신의 좋은 기술력으로 키우니 최고 품질의 콩나물이 나올 수 밖에 없지요. 원두는 잔류농약검사를 통과한 무농약 국산콩만 사용하고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우리마을 원장 원순철 신부님은 강화 콩나물에 대한 자부심이 남 다르다. 특허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각 재배실 별로 물 공급, 온도유지, 공기정화, 성장상태 점검 등 모든 것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간 관리한다. 콩나물 재배에 무엇보다 중요한 물은 음용수로도 적합한 물을 사용하고 성장촉진제나 인공영양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키운다. 품질관리를 위한 엄격한 노력의 결과로 강화 콩나물은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 인증, ISO22000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 농림축산식품부 GAP(농산물안전관리제도) 우수관리 인증 등을 통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인정을 받았다.

 

 

▲ 콩나물 생산 작업장 입구에 새겨진 문구                                                                                        ▲ 20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는 작업장은 엄격한 위생관리를 한다.

 

 

 우리마을이 이뤄낸 기적, 2019년 화재사고 그 후...

 현재 우리마을이 존재하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2019년 10월 발생한 화재사고로 하룻밤 새 콩나물 공장이 불에 타 없어지고, 1년 4개월 만에 공장을 새로 짓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던 순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기업, 생협단체, 일반시민까지 총 3,642명 후원자들의 정성어린 마음이 모여 지금의 우리마을이 가능했다. 그 안에는 아픔을 딛고 우리마을이 꼭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도 있었다.

 

 

 1년 4개월, 우리를 기다려준 사람들

 “모두 다 기다려 주셨어요. 재납품률 100%예요. 화재사고로 콩나물을 공급 못하는 기간이 꽤 길었어요. 그러면 대부분의 거래처들이 다른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잖아요. 근데 우리마을 거래처들은 놀랍게도 다 기다려주셨어요. 언제부터 공급 가능해요? 몇 일부터 다시 입고해 주세요! 다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떠나지 않고 저희를 기다려 주신 게 지금도 너무 감사해요. 행복중심생협도 그 중에 한 곳이죠.” 우리마을 신상진 팀장은 오랜 시간 말없이 기다려준 거래처들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산 시스템

 화재사고 이후 새로 지은 공장은 장애인들이 일하기 쉬우면서 좀더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생산량도 2배까지 늘릴 수 있는 규모로 커졌다. 콩나물의 품질을 보여주는 척도인 수율(원료 콩을 길렀을 때 정상적인 콩나물이 되는 확률)이 기존 490%에서 현재 560%로 70% 상승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580%까지 상승시키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콩나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수익을 높이면 발달장애인들에게 좀더 안정적인 삶의 일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마을의 새로운 도전  ‘시몬의 집’

 지금 우리마을은 새로운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 앞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달장애노인 전문시설 ‘시몬의 집’ 건립이다. 콩나물 생산공장 바로 옆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법, 나이, 건강의 문제로 함께 일한 동료들 곁을 떠나지 않고 우리마을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며 후원금 모금부터 건립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콩나물 한 봉에는 그 꿈의 실현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소중한 힘이 담겨있다.

 

 

 콩나물 한 봉에 담긴 소중한 의미

 최근 콩나물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2명의 발달장애인이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보호자 없이 떠나는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이다. 단체 패키지 여행이지만 주변의 걱정도 많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한 비용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그들을 가족과 교사들은 응원하고 준비과정을 돕고 있다. 우리마을은 콩나물이 쑥쑥 자라듯 우리 사회의 행복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이 좀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마을 원장 원순철 신부님은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에게 전한다. “여러분이 선택한 강화 콩나물은 좋은 원료, 좋은 기술로 생산한 최고의 콩나물입니다. 맛있고 믿을 수 있는 콩나물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 살아가는 데에도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된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 Tip. 강화 콩나물 맛있게 먹는 방법

1. 포장일 기준 8일 안에 먹으면 싱싱함이 살아있어 맛있다.

2. 콩나물 포장지 뒷면 주목! 우리마을 생산자들이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콩나물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있다.

 

글·사진 : 홍보전문위원 행복중심서울생협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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