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농부의 정직한 마음으로 익어가는 달콤한 곶감

2022-01-06 13:52:55.0 arina0322

 농부의 정직한 마음으로 익어가는 달콤한 곶감


곽재봉 그루터기공동체 생산자

 

 저 멀리 상주에는 그루터기공동체가 있다. 직접 기르고 수확한 감으로 곶감을 만드는 농부가 있다. 곶감의 빛깔이 너무 곱고 맛이 달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겨울이 가기 전에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공동체와 함께 곶감을 만들기 시작하다

 

 그루터기공동체는 현재 상주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 농민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으로 곶감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진 지 벌써 2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일도 많았고 들어왔다 나간 이들도 있었다.  


 그루터기공동체는 단순히 상품 판매를 위해 모이지 않았다.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농업과 농민의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뜻이 있어 모인 분들이다. 또한 농사를 지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 만들게 되었다. 


 곽재봉 생산자는 원래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2002년에 지인이 있던 상주로 귀농을 했고 어느덧 곶감농사 18년째이다. 처음엔 버섯으로 시작했지만 작목을 전환했다고 한다. 귀농을 하게 된 계기가 있냐고 묻자, 첫 직장이 농업정책을 발굴하고 농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단체였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농민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직접 현장으로 가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다고. 그 동안 상주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 농협대의원, 농민회 활동도 해왔다. 혹시 조금 후회가 되었던 적은 없냐고 물어보니 농업이 천직이라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웃었다.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친환경 농업을 중심으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소비자들을 자주 만나고 ‘얼굴 있는 생산, 얼굴 있는 소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사람들이 모여서 ‘젊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만들고 어려운 상황을 알려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생협 매장으로 직접 찾아가서 곶감도 팔고 조합원과 대화도 많이 나누었지요.”  

 

 

 

 너무나 감사한 곶감

 

 곶감을 만들기 위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중순까지 감을 수확하고 껍질을 벗겨서 건조장에서 말리기 시작한다. 보통 50일에서 60일 정도 말리면 떫은 맛이 사라지고 단 맛이 나게 된다. 잘 말린 곶감은 영하 25도에 보관을 해서 설 명절 선물이나 간식거리로 판매된다. 


 그루터기 곶감은 두 종류가 있다. 보다 덜 말린 반건시는 껍질 속이 말랑말랑하고 촉촉하다. 수분 함량이 높은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곶감인 건시는 더 오래 말려 더 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다. 요즘은 반건시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건시가 더 많이 판매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곶감은 간식이나 선물용으로도 사용되지만 특히 제수용으로 많이 나가기 때문이라고. 

 
 상주가 우리나라 곶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곶감 생산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감나무는 다른 과수와 다르게 10년, 혹은 20년이 지나가 안정적으로 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오래전부터 감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곶감을 생산하는 것이 좋다. 또 상주는 곶감을 만들기에 이상적인 해발 고도과 기온을 가지고 있다. 

 

 

 

 위기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생산자가 만드는 곶감은 본인이 직접 감나무에서 수확한 감으로 만든다. 그루터기공동체 생산자들은 감을 재배할 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 화학농약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18년 베테랑 곶감 생산자지만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작년에는 우리가 잘 아는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평소의 3분의 1 만큼도 생산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상할 수 없게 비가 계속 내리면 아무리 비가림을 해놓았다 해도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결국 곶감도 자연이 허락해 주어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위적인 방법으로 건조를 시키는 것은 지양한다. 옛날 방식처럼 일일이 걸어놓고 바람에 천천히 말리는 모습을 보면 곶감이 보석처럼 영롱하다.


 생산자는 담담하게 어려움을 풀어놓았다. 감을 생산하는 비용이 많이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인건비도 올랐다. 게다가 곶감을 포장하는 박스를 만드는 비용도 오르니 쉽지가 않다. 하지만 정작 조합원들에게 곶감을 판매하는 가격은 그만큼 따라 오르지 못하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생산자의 어려움은 조합원들이 함께 나누는 것이 생협의 존재 이유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책임이자 행복은 올 겨울, 그루터기 생산자들의 곶감을 더 많이 사랑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것 아닐까?


 “겨울철 간식으로 곶감 만한게 있을까요? 요즘은 계절 상관없이 다양한 과일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철에 나오는 당도도 높은 곶감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곶감을 선물하면 받는 분들도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죠.”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행복중심생협이 여성민우회생협 시절부터 그루터기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농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던 그루터기와 여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여성민우회생협은 뜻도 마음도 잘 맞았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그루터기가 행복중심생협 조합원과 만난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조합원분들 덕분에 그루터기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맛있고 좋은 곶감을 공급해 드리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은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다행히 좋은 곶감을 보내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맛있게 드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사진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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