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시간과 자연으로 담그는 전통 장 맛을 만나보세요

2020-10-07 11:31:24.0 arina0322

시간과 자연으로 담그는 전통 장 맛을 만나보세요

 

용추골 이영순, 유혜경 생산자

 

 용추골 가는 길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용추골은 함양군 안의면의 작은 마을에 있다. 이영순 생산자는 몇 번이나 안의면을 참 예쁜 동네라고 칭찬했는데 실제로 포근하고 정감있는 모습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곳이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장이 익어가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장 맛

 

 용추골 이영순 생산자는 2005년부터 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초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한 해 콩 6톤 정도로 메주를 끓이고 장을 담근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콩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농사지은 콩으로 장 담그는 일을 시작했다. 생산자의 시어머니가 장을 잘 담그셔서 그대로 배워 장을 담그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다 보니 팔기를 권유받았다. 남편과 사별하신 후엔 콩 농사는 더 이상 짓지 못하고 장 담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자가 시어머니에게 배운 장 맛은 다시 큰며느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큰며느리는 원래 축협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남편과 함께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세 자녀를 키우다보니 밖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집에서 함께 일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시어머니 장 담그는 일을 돕기 시작해 지금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3대가 일을 하고 있지요. 우리 꼬맹이 손주들이 재밌다고 같이 도와주잖아요. 큰며느리 없으면 일을 못해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시어머니 장 맛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유혜경 생산자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님 장 맛이 제일 맛있죠. 결혼한 지 15년 다 되가는데 그 동안 어머님 장을 계속 먹고 있잖아요. 제 입맛에 딱 맞죠.”

 

 

 가장 맛있고 건강한 장 담그는 것을 목표로

 

 처음에는 콩 농사 지은 걸 소비하려고 시작한 것이었지만 하다보니 더 맛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은 사람들의 건강과 입맛에 맞게 저염식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장을 먹으면 건강해진다, 이 장이 제일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제가 나이는 많지만 목표가 있어요. 저는 된장 명인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용추골의 장은 가까운 지역에서 수확하는 콩만 사용한다. GMO 걱정 없고 신선한 좋은 재료를 가지고 원칙대로 장을 담그고 있다. 장은 무엇보다 재료가 좋으면 맛있다. 그리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 숙성되는 전통 방식의 장은 건강에도 좋다. 좀 덜 짜게 만들고 오래 숙성시켜서 만든다. 오래 숙성시키면 감칠맛이 생겨난다. 그렇게 생산자는 천천히, 조금씩, 맛있게 장을 만든다.

 

 

 간장, 청국장, 고추장, 초고추장

 

 용추골 고추장은 서두르지 않는다. 고추장을 담근 후 밖에서 1년을 발효시킨다. 그리고 다시 저온창고에서 6개월을 숙성시킨다. 물엿 대신 조청을 넣는다. 집에서 직접 고와서 담그는 조청이다. “저는 고추장이 제일 자신있어요. 우리 고추장에 들어가는 메주가루도 특별합니다. 메주도 직접 만들어서 써요. 콩 뿐 아니라 밀, 보리쌀이 함께 들어가요. 그래서 우리 고추장이 제일 맛있어요.”

 

 “청국장은 하루만 띄워서 내보내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삼일을 꼬박 띄워서 맛이 진해요. 제대로 만드는 청국장이라 다들 우리 청국장이 맛있다고 말합니다.”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쓰고 메주를 맛있게 잘 띄워 만들기 때문에 용추골 간장도 덩달아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초고추장은 다른 곳보다 고추장 비율이 높다. 그래서 맛있다고 인기가 많다.

 

 

 함께 해서 힘이 되고 행복해요

 

 맛있게 장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많은 일이 있다. 유혜경 생산자의 일은 주로 사무실에서 이루어진다. 작업일지를 작성하고 품목제조신고를 한다. 포장과 택배 배송도 중요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평소에도 시어머니와 함께 장독을 관리하고 바쁠 때는 정신없이 일한다. 뭘 하든 며느리가 옆에 있어야 일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가족이자 멋진 동료가 되었다. “우리는 함양군청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군청과 관련된 일을 며느리가 다니면서 처리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행복중심생협에 공급을 할 수 있는 것도 며느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죠. 혼자서는 못해요.”

 

 가지런히 줄지어 놓여있는 장독대는 보기엔 운치 있지만 일은 중노동이다. 허리도, 어깨도 항상 아프다. 그래도 이렇게 장이 잘 익고 주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힘 든 일도 즐겁다. 오래묵은 장도 조금씩 보관을 하는데 건강이 안좋은 분들이 찾고 도움이 된다고 하면 보람을 느낀다. 장은 담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일 년은 지나야 맛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늦게 기다린 맛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장독대를 돌고 점검한다.

 

 

 이영순 생산자는 며느리가 늘 걱정된다. 장 담그는 일도 힘들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혜경 생산자도 애정과 보람이 있기에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무실에서 하는 업무는 할만한데 아직 노동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밖에서 일을 하면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서 포장하고 스티커 붙여놓으면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뿌듯해져요.”

 

 한국인에게 장이라는 것은 특별한 존재다. 오래 먹어온 입맛이 각각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생산자는 용추골의 장 맛이 무조건 제일 맛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하는 재료, 만드는 과정은 가장 좋은 것으로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있으니 조합원분들이 믿고 드셔주시길 바란다.

 

글·사진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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