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배와 생산자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나산농원

2020-08-31 16:37:30.0 arina0322

배와 생산자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나산농원

 

 나산농원의 배 농장은 정말 아름답다. 푸른 풀밭 위로 30년을 살아온 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생산자의 정성과 오랜 노하 우가 한 눈에 보인다. 나비로 유명한 전라남도 함평의 맑은 공기 와 빛을 받으며 나산농원의 배는 무럭무럭 자란다.

 

 40여년 농사 인생, 그래도 항상 처음처럼 성실하게

 “배나무가 30년생인데 껍질이 없지요. 매년 아내와 함께 가지치고 껍질을 벗기는 조피작업을 해줘요. 껍질을 벗겨주면 나무도 젊어지고 이 속에 사는 해충들도 없어져요. 올 해는 봄에 냉해가 컸잖아요.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왕겨로 불을 피워요. 줄 마다 두 개씩 서른 여덟 개를 피워요. 매일 이렇게 해서 열에 여덟은 살렸어요. 항상 벌로 자연수정을 시키는데 올 해는 평생 처음으로 꽃가루를 가져와서 직접 수정을 시켰어요.” 항상 정성과 수고로 배를 키우는 생산자지만 올 해는 더욱 힘들었다.

 

 박기성 생산자의 고향은 원래 제주도다. 처음에 그는 영광 원자력 1호기에 용접공으로 들어갔는데 사고가 발생하자 여기서 더는 안되겠다 싶어 일을 그만두었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려다 함평 친척집에 들렀고 그것이 함평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함평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쌀은 유기농으로 직접 지어먹자는 생각으로 유기농 쌀농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농사를 시작한 지 벌써 4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유기농을 잘 몰랐죠. 그래도 가족건강을 위해 쌀농사를 유기농으로 짓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밥만 먹고 어떻게 사냐는 생각에 과수농사도 시작했죠. 처음에 감나무를 하고 이어서 배나무를 시작했어요. 친환경 농사를 짓는 이유는 단순해요.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목적이에요.” 원래부터 꿈이 농업이었던 생산자는 사랑과 관심을 주는 만큼 돌려받는 농사가 참 즐겁다고 한다.

 

나산농원 박기성 생산자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친환경 농사철학

 “농업은 생산을 아무리 잘해도 판매가 문제에요. 지금까지 제가 거래한 다른 업체들은 무농약을 원하지 않았어요. 친환경은 미끼상품 같은거죠. 저농약인증이 없어지고 나서 GAP와 저탄소 인증을 받았는데 원래 GAP는 제초제나 농약을 다 쳐요. 사실 GMO는 씨앗보다도 제초제가 더 문제거든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몸에 아주 위험해요.”

 

 생산자는 처음부터 친환경 농사의 기준을 분명하게 정했다. 첫째는 제초제를 쓰지 말자. 그리고 수확 60일 전에는 농약을 치지 말자. 농약을 써도 최대한 잔류기간이 짧고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농약만 쓰자. 그래서 나산농원은 30년 동안 제초제와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 농약을 써서 해충을 잡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오늘 방제를 해도 내일 또 해충이 생긴다. 그래서 해충의 천적을 살리면서 가는 것이 생산자의 노하우다. “저는 항상 ‘하나님이 주시는 만큼만 먹자. 자연과 같이 상생하자.’ 라고 마음먹어요. 인간은 자연 없이 살 수 없잖아요.”

 

 나산농원은 화학비료 대신 우분과 유기자재를 쓴다. 축산업에서 나오는 퇴비도 버려지면 폐기물이다. 하지만 과수농사에는 꼭 필요한 비료가 된다. 그래서 생산자는 퇴비를 비료로 쓰면서 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농장에 땅을 밟아보면 딱딱하지 않고 푹신하잖아요. 여기 지렁이도 살고 자연과 상생하는거죠.”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 좋은 배가 열려요

 “요즘 같은 기후위기 때문에 햇빛이 안나면 나무가 광합성을 잘 못해요. 비가 계속 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무가 살 수 있게끔 해주는 것밖에 없어요. 열매를 좀 적게 달게 하고 배수가 잘 되게 해주고.” 나산농원은 처음부터 배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꾸준하게 관리해준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농장에는 푸른 풀이 가득하다. 풀은 땅의 물기를 빨아들여 공기 중으로 내뱉는 역할도 해준다. 나산농원에는 뿌리가 강하고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질경이를 심었다.

 

 “나산농원의 배는 자연의 섭리대로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요. 우리 배는 다른 건 몰라도 당도와 품질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배와 소통하면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그걸 맞춰주기만 하면 좋은 배가 나오는거죠. 배의 마음을 읽는거에요. 서로 마음과 마음이 닿아야 좋은 품질의 배가 탄생하는거에요.”

 

 

 나산농원의 배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배 농사는 여느 과일과 마찬가지로 일 년 농사다. 1월부터 시작해서 2~3월까지 가지치기를 하고 4월까지 가지를 묶어준다. 4월부터는 꽃도 따주고 상황에 따라 직접 수정도 시켜야 한다. 그리고 병해충 방제를 시작한다. 5~6월에는 하나씩 봉지를 씌워주고 풀 관리를 하고 퇴비를 넣어준다. 그러다보면 수확할 시기가 다가온다. 조생종은 8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하고 신고배는 추석 전에 수확해 선물세트로 공급이 된다. 올 해 이런저런 이유로 낙과도 많지만 모두 잘 자라주고 있다고 한다.

 

 “추황배는 신맛도 약간 있으면서 아삭하고 맛있어서 요즘 인기가 많아지고 있어요. 추황배는 추석선물로는 나가지 않고 일상공급으로 보내요. 맛있는데 모양은 조금 못생겼거든요. 시중의 배들은 수확하기 2~3일 전까지 농약을 치기도 해요. 그래서 주변 분들에게 일반 배를 선물받으면 한 달은 보관했다가 드시라고 해요. 저는 7월에 이미 농약을 중단하기 때문에 잔류농약검사를 하면 유기농과 같이 하나도 나오는 게 없어요.”

 

 건강해 보이시던 생산자는 사실 본인이 암환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아침마다 먹는 배 때문이라고. 아침밥은 안먹어도 신선한 배와 아로니아 분말, 그리고 꿀 한 스푼 넣어서 매일 아침 갈아 마시는 것이 습관이라고 한다.

 

 “행복중심 조합원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농업은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여러분 덕분에 나산농원도 힘이 납니다. 저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자연에 순응하면서 최선을 다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올 해 우리 농장은 영하 4.9도까지 떨어졌는데도 이렇게 배가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못생겼을 지라도 어려움을 이겨낸 맛좋은 배니까 이해해 주시고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글ㆍ사진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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