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위원회 활동 - 생활재위원회
토리식품의 파란만장 케첩 생산기
2019-05-15 16:59:46.0
arina0322
1998년에 여성민우회 회원으로 들어갔다가 그 다음 해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래, 나도 주체적으로 뭘 해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민우회 생협 강좌도 열심히 듣고 생산지 견학도 다니던 중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를 만났는데 그 분에게서 느껴지는 생산자로서의 자부심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어요.
어느 날 애기 젖을 먹이고 있는데 문득 ‘생협 생산자가 되는 게 내가 할 일이야.’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어요. 식품공학도 전공했으니 가공식품 하나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2001년에 케첩 생산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집에서 소량으로 만들었어요.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믹서로 갈고 끓여서 이틀에 10병을 만들었죠. 고양파주민우회 매장에 내놨더니 다 팔리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해요. 원재료 명을 종이에 인쇄해서 딱풀로 붙여 내놓았는데도 믿고 사드시는 조합원이 너무 고마웠어요. 점점 수요가 늘어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공장 저 공장에서 생산을 하다가 결국 2005년에 남편 고향인 상주에 공장을 지었어요.
케첩 한 품목으로만 공장을 돌리니 기계가 가동을 중단하고 있을 때가 많아서 카레를 생산하기 시작했죠. 케첩 생산에 자신이 붙으니 ‘돈가스소스도 만들 수 있겠네.’ 하며 주변의 권유로 돈가스소스도 생산하게 되고, 카레를 생산하니까 우리밀가루가 남아서 부침가루, 튀김가루, 핫케익가루 같은 가루제품도 생산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공장도 점점 확장하고 품목도 지금처럼 다양해졌어요. 토마토케첩, 돈까스소스, 스파게티소스, 옥수수병조림, 불고기양념, 요리당, 토마토식초, 즉석카레, 팥죽, 호박죽, 카레가루, 자장가루, 부침가루, 튀김가루, 핫케이크가루 등 행복중심생협에 공급하는 것만도 10가지가 넘죠. 집에서 혼자 만들어 공급하던 게 지금은 직원 수 26명에 연 50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어요. 이게 다 조합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가공품을 만들지만 이것 역시 농민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국내산 원료를 사용하려고 해요. 우리밀 자급률을 높이고 토종씨앗을 지키는 데도 앞장서고 있고요. 특히 팥죽용 팥은 50일팥이라는 토종팥을 쓰는데 농민들에게 파종할 때는 무조건 이걸 심어야 수매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봄 되면 종자를 가지러 오세요. 옥수수는 국내종자 아시아코레곤 초당옥수수를 쓰고 있어요.
한 가지 양해를 부탁드릴 건, 국산 원료를 고집하다 보면 맛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카레를 예로 들면 처음 카레를 만들 때는 동남아산 강황을 썼는데 국내산 울금이 생산되고부터 그걸로 바꿨더니 맛이 변했다며 항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사과즙도 넣어보고 토마토즙도 넣어보고 온갖 시도 끝에 결국 맛은 해결했지만 그땐 정말 국산 재료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죠. 토리라는 이름에도 이러한 생산철학이 담겨 있어요. 한자로 흙 토(土), 이로울 리(利) 써서 토리예요. 앞으로도 땅을 이롭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토리식품 김영선, 김영태 생산자
취재 고양파주생협 최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