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나누고 싶은 이야기

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2020-05-07 10:22:21.0 arina0322

협동조합의 오래된 미래 : 선구자들로부터 배운다.

 

 

 선구자들은 왜 협동조합을 시작했을까?
 협동조합은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 싹텄다. 산업혁명은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과 부의 증대를 가져왔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대중의 빈곤을 초래하였다. 농민들은 농토를 잃고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 당시 사회는 14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 최악의 근로조건,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굶주림과 쓰레기더미의 빈민가로 대변할 수 있는 ‘문명화된 야만’ 상태였다. 공장과 기계를 부수고 폭동을 일으키는 ‘러다이트운동’으로 저항했지만 이것이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진 못했다. 이에 19세기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삶을 벗어나려는 생존을 위한 실험이 협동조합운동이었다.

 

 높은 꿈, 그러나 현실의 높은 벽
 협동조합의 아버지인 로버트 오언(Robert Owen, 1771~1858)은 차별없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능력에 따라 평등한 의무와 노동을 통해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협동 공동체를 꿈꾸고 ‘뉴하모니 공동체’를 만든다. 이 아름다운 실험은 실패로 끝났는데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자본형성부터 공동체의 방향을 찾아가는 전 과정에 오언의 영향력이 너무 크고 의존적이어서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실패를 거울삼아 윌리엄 킹은 노동자들 스스로 소점포를 운영하는 소비조합을 통해 이윤을 적립하고 이 공동자본으로 생산조합의 토대를 마련해 그곳에서 일하고 받은 임금으로 필요물자를 소비하는 협동 공동체를 구상하게 되었다. 꿈은 원대하더라도 현실에 발 딛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후 소비조합 점포들이 급속하게 설립되어 수백여 개가 되었지만 이들 모두 문을 닫게 되는 데, 각종부정이 난무하고 외상판매로 조합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한 로치데일 협동조합
 이 와중에 1844년 영국, 28명의 노동자들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협동의 길을 발견하고 생존을 위한 격론 끝에 최초의 협동조합이 탄생하고 성공을 거둔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이다. 살길이 막막한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족을 위한 빵과 생필품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 소비조합 점포를 만들었다. 모두 그날그날 생활에 쫓기는 어려움 속에서 1인당 1파운드의 출자금을 모으기 위해 1년간 매주 2펜스씩을 적립했다. 그들이 끈기 있게 출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어둡고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간절한 희망 때문이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만연한 외상을 금지한 현금판매 및 출자배당 제한 등 운영원칙을 세우고 경비절약 등 건실한 경영을 위해 헌신했다. 또 자주 집회를 열어 조합원과 소통하고 결속과 단결을 통해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그 성공의 열쇠가 되었던 특징 14가지가 ‘로체데일 운영원칙’ 이 되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협동조합 운영원칙’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제분업과 목화방직소를 경영하는 생산협동조합을 설립하였지만 출자에 참여한 노동자가 적었고 외부출자자들의 경영 간섭, 출자 및 노동에 대한 배당논쟁으로 갈등이 깊어져 실패하게 된다. 소비자협동조합으로는 성공했지만 생산협동조합의 실패로 오언이 꿈꾸던 협동공동체는 건설되지 못했으며 꽤 오랫동안 생산자 협동조합운동은 역사의 뒷장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몬드라곤 작은 마을에서 만개한 협동조합
 20세기에 들어 호세 마리아 신부의 협동조합 사상에 의해 스페인의 바스크 지역 몬드라곤 작은 마을에서 생산자협동조합은 찬란하게 부활했다. 이 몬드라곤 공동체는 교육과 노동을 통한 자기실현을 인간존엄의 구현으로 여기며 생산협동조합에서 시작해 소비, 금융, 사회복지 등 생활에 필요한 전 영역의 협동조합이 서로 연결된 협동조합 지역복합체로 발전했다. 이후 초기 선구자들의 이상적 협동촌 건설 운동은 오늘날 기능별 협동조합 건설 운동으로 전환되었다. 
 실패와 성공의 협동조합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망과 희망은 무엇일까?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인류는 앞으로 지속가능할까’하는 절망섞인 질문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희망과 사명을 품게 된다. 협동조합인이라면 선구자들처럼 희망을 일구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찾아 하나하나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강은경  행복중심생협 연합회 회장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