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연합회 소식

바로 지금, 우리의 원칙을 지키고 확산해야 할 때

2020-03-31 14:54:50.0 arina0322

바로 지금, 우리의 원칙을 지키고 확산해야 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어 총기와 탄약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회적 혼란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위협당한다고 생각할 때 사람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하기 쉽다. 그러나 같은 상황 속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 상황에서 총기와 탄약을 사고, 누군가는 귀한 마스크를 기부하는 행동을 한다. 이 다름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율은 ‘자기가 세운 원칙에 따라서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을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주체성이다. 다른 사람이 세운 규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원칙을 세우고, 스스로 그 원칙을 지키는 책임성이 따라야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자율은 독립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독립이라는 것은 외부로부터 스스로의 주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주체성을 집약한 것이 스스로의 규율, 원칙이며 스스로 자신의 규율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자율, 외부로부터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독립인 것이다. 

 


 행복중심생협의 자율과 독립
 행복중심생협은 1989년부터 자발적인 조합원이 모여 스스로의 원칙을 만들어 활동한 자율적인 생협조직이다. 우리가 만든 행복중심의 원칙은 무엇인가?

 

1) 참먹거리를 나누겠습니다. 
이윤 추구를 위해 생활환경을 파괴하고 생활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힘을 모아 주부들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생태계 보호, 생산자 보호에 앞장서겠습니다. 

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화된 사회가 되도록 하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2)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하여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한다.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가 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든다.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든다. 

 

 표현은 달라졌지만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행복중심의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 면면히 지켜온 창립정신이 그대로 행복중심 조합원 선언문에 담겨있다.

 

 보통 자율과 독립은 외부와의 관계에서 중요해진다. 생협은 시장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사업체이므로 시장의 동향과 트렌드를 알고, 영리기업의 마케팅을 벤치마킹해야 할 때도 있다. 또 정부나 지자체와 협약을 맺거나 사업을 위탁받을 때도 있다. 이렇게 시장이나 기업, 정부 등과 관계를 맺을 때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아래 우리의 자율성을 지켜나가면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사회적 혼란과 위기 상황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오히려 우리 내부에서부터 우리가 세운 원칙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2002년 다이옥신 소금 파동이 있을 때도 그랬다.

 

 

 스스로 세운 생산자와의 원칙과 신뢰를 지킨 행복중심
 2002년 8월, 식약청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판 중인 가열처리소금 일부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행복중심생협(당시 ‘한국여성민우회생협’)에서는 자체적으로 고대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하여 안전하다는 검사결과를 얻었다. 식약청의 발표 직후부터 안전하다는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생협들은 소금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행복중심생협은 마하탑 소금생산자에 대한 신뢰로 공급을 지속했다. 소금공급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일부 조합원도 있었지만, 대다수 조합원이 생산자를 믿고 이용을 지속했다. 이런 행복중심생협에 대해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님이 보내주신 편지의 일부를 소개한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요. 정직하게 신념을 가지고 지극정성으로 열심히 일해 온 생산자, 그 생산자를 신뢰하고 배려해준 그 마음이 하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금의 다이옥신 문제가 제기되었던 지난 8월 8일부터 9월 7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달 동안 겪어 온 고통은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 민우회가 나에게 주신 배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외롭지 않는 힘을 주셨습니다.”

 

 다이옥신 소금 파동 당시 소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행복중심생협은 생산자를 믿고 보호해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냈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원칙을 스스로 지켜낸 ‘자율과 독립’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많은 조합원이 행복중심생협의 원칙을 알고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마하탑 소금에 대해, 유억근 생산자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교육은 앎이다.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가치를 알고 깨닫는다는 의미다. 앎을 체화하는 것이 훈련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행복중심생협에 대한 교육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바라보는 시선과 같은 것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서 알게 되는 것, 곱씹고, 오래도록 가까이 두며 생각하고, 함께하는 것, 그 안에서 생협의 본질을 깨닫고 비로소 이해하는 것. 

 

 정보제공은 조합원이 주인이 될 수 있게끔 생협 운영 정보를 조합원에게 제공함과 동시에 먼저 가입한 조합원이 아직 생협을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협을 알려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하고, 우리의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하여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한다는 것의 가치를 이해한다면(교육) 그것을 체화하고(훈련), 우리의 앎을 확산하는 것(정보제공), 그것이 조합원 확대와 생활재 이용으로 이어져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게 하는 것이다.

 

 

 불안과 혼란의 시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마스크 전쟁 속에서도 공생을 실천하는 사람처럼, 1989년 농약과 환경오염에 위기의식을 가진 220명의 주부들이 모였던 것처럼, 바로 지금이야말로 행복중심생협으로 힘을 모아 우리의 자율성을 지키고, 우리의 원칙과 가치를 알고, 확산할 때다. 경제가 최악이라는 지금이야말로 협동소비의 힘이 필요하고, 사회적 불안이 팽배한 지금이야말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바로 우리가 환경을 지키고, 생산자와 연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이기 때문이다.

 

박임성아

前 행복중심생협연합회 교육센터장
 

-

1) 1989년 함께가는 생활소비자협동조합(행복중심생협의 전신) 창립선언문 중 일부 발췌
2) 행복중심 조합원선언문 중 일부 발췌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