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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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문을 열며

2019-12-31 09:07:45.0 arina0322

협동조합의 문을 열며
: 자발적이고 개방적으로 모인 우리들

 

 여러분은 자신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나요? ‘협동조합? 생협? 나는 그냥 친환경 마켓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싶어서 가입했는데?’ 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마도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행복중심생협의 조합원이 되고 매장을 방문하거나 소모임에 참여할 거예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가 사용하는 매장이 왜 일반 마트가 아니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의 역사는 짧지 않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750년 프랑스의 치즈생산자협동조합입니다. 1844년에는 영국 로치데일에서 ‘로치데일의 공정개척자’라는 소비자협동조합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현재 협동조합은 수많은 모양으로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그러면 협동조합의 선구자들은 자기들을 어떻게 정의했을까요?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이다. 

 

 이 짧은 문장 속에 많은 원리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협동조합은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거예요. 왜 모일까?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필요와 열망이 있는데 알고보니 나와 비슷한 필요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거죠. 그리고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그 목표들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힘을 모으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요. 모인 사람들은 수직적인 위계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조합을 이끌어가죠. 

 

다양한 모양으로 존재하는 조합
 협동조합의 예를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될 거에요. 썬키스트(Sunkist)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서 오렌지를 재배하는 6천여명의 농민과 8개 협동조합이 불합리한 유통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입니다. 축구팬들은 다 알만한 팀 FC 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며 6년마다 한번씩 조합원이 직접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라보은행은 1896년 농민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고 현재는 네덜란드 국민 절반이 조합원인 네덜란드 최대 은행입니다. 협동조합의 천국 이탈리아 볼로냐는 시민 10명 중 7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합니다.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존재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뿐 아니라 택시, 와인, 주택 협동조합 등 삶의 거의 모든 분야를 협동으로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생협이 잘 뿌리내려 있습니다. 국민 3~4명 중 한명이 생협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행복중심생협과 함께 아시아자매회의 연대를 하고 있는 일본 생활클럽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서울우유가 협동조합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우리에겐 익숙한 ‘언니네텃밭’도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답니다. 알고보면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협동조합이 스며들어 있답니다. 기존 병원의 과잉진료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한 대안으로 세운 의료협동조합은 마을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1차 진료를 제공해주고요. 창립 50년이 된 우리나라 최초의 신용협동조합 다람쥐회는 1969년 영등포산업선교회에 속한 노동자들이 만들어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어요. 


 청년들이 직접 모여 만든 민달팽이유니온 주택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자본에 의해 동네빵집들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동네빵집 사장님들이 모여 만든 동네빵네협동조합. 그 외에도 서울의류봉제협동조합, 완주한우협동조합, 울산서점협동조합, 이풀약초협동조합,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 광명텃밭보급소협동조합, 나무시어터연극협동조합 등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다양한 필요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협동조합은 규모와 종류가 수없이 다양합니다. 협동조합은 대기업처럼 주주나 임원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자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과 사회를 위해 운영됩니다. 따라서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윤이 사회적 약자의 고용창출로 돌아가거나, 생협이나 생산자 협동조합처럼 더 좋은 생산품을 생산자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소비자 조합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또는 의료협동조합처럼 합리적인 의료서비스를 만들고 주택협동조합이나 금융협동조합처럼 대출금리 인하, 주거비용 인하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협동, 행복중심과 함께
 행복중심은 1989년 창립을 한 이래로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사회에서 차별받던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세워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여성운동의 영역을 노동 뿐 아니라 삶 속으로 확장하기 위해 생협을 시작했습니다. 더 안전하고 환경적인 먹거리를 위해 조합원 가정들이 생활재를 공동구매했고 친환경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여성의 힘으로, 조합원의 힘으로, 자본주의 경제구조와 맞서 스스로 자립하고 지속가능한 생활 환경을 추구하는 대안공동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생협이 없었다면 우리 삶의 양식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토종씨앗을 지키고 땅과 물을 깨끗하게 지키는 일, 조합원이 직접 위원회를 만들어 생활재 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심의하는 일, 가족이 함께 생산지를 방문하며 우리에게 오는 생활재를 직접 체험해보는 일은 우리가 행복중심생협으로 모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었겠죠.

 
 모든게 편리해지는 시대에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모두가 건강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당신. 그 자발적이고 열린 참여로 인해 세상은 한걸음 더 나아진답니다. 우리, 협동조합의 자부심을 가져보자구요!


 

글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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