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연합회 소식

행복중심, 다시 여성의 이름으로

2019-02-25 11:02:33.0 happycoop

왼쪽부터 강은경 연합회 회장, 박상수 생산자, 홍문정 조합원

 

올해는 행복중심생협이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따로, 또 같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각자의 삶에 행복을 불어넣고, 가정으로 지역으로 확산했습니다. 올 한해는 3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0년을 기약하는 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중심생협의 중요한 가치를 함께 돌아보고 되새기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로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행복중심의 ‘여성 생협’이라는 정체성을 되짚었습니다. 우리가 여성 생협으로 무엇을 해왔는지, 우리는 왜 여성 생협이라고 말하는지 함께 이야기나누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홍문정 조합원(이하 홍문정) 안녕하세요. 저는 2004년에 가입해 조합원 활동하고 있는 홍문정이라고 합니다. 올해부터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중심생협, 당시 여성민우회 생협을 만난 건, 제 삶에 큰 전환이었어요. 그 시절의 저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었고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생겼고 여성민우회 생협을 만났어요. 지역활동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생협 활동을 하면서 지역으로 관심을 확장하게 되었고 지역 여성을 자꾸 만나면서 여성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박상수 생산자(이하 박상수) 손맛식품 대표 박상수입니다. 반찬이나 고추장, 순무 김치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교동도라는 섬에 들어가 살았었어요. 그곳에서 농사짓는 여성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거에요. 농촌은 공기도 좋은데,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지 참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농약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친환경 농사를 직접 짓기 시작했고 주변에 전파했죠. 그때, 생협을 만났고요. 또 여성 신학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를 위해 강화도를 다니다가 여성의 전화를 만나 활동을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강화지부 대표까지 하게 되었지요.

 

강은경 연합회 회장(이하 강은경) 저는 2000년에 여성 민우회를 먼저 만났어요. 육아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선배 소개로 민우회에서 하는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어요. 이를 통해서 많은 위로를 얻었고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고요.

 

행복중심생협은 왜 여성 생협이라 부르는가
강은경 우리는 그동안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 아래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어요. 생협 활동이 의식과 생각이 바뀌는 계기였죠. 사회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여성, 주부의 가사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 거지요. 생협 활동을 통해 내 삶과 연결된 먹거리 문제와 사회문제, 교육과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갖게 했어요. 지역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더불어 자기 자신의 삶도 바꿔나갔고요. 단순히 ‘여성이 했다’를 넘어서 ‘여성의 시선으로 했다’가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생활재를 공급할 때도 많은 고민을 녹여요. 어떤 사람들은 생협에서 왜 가공식품을 파느냐고 물어요. 해 먹어야지. 상당수의 가정에서 요리는 여성의 몫이거든요. 여성의 가사노동을 줄여주기 위해 우리는 간편식을 개발한 거에요. 면 생리대가 몸에 좋고, 재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 생리대는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그래서 일회용 생리대나 월경컵을 공급하는 거고요.

 

박상수 저는 생산자니까 다양한 생협에 두루 다니거든요. 생협이니까 비슷할 거 같지만, 분위기가 다 달라요. 그런데, 조합원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는 곳은 단연 행복중심이에요. 예전부터 꾸준히 여성 생산자를 초청해 교류회도 하잖아요. 교류회에서 한 여성 생산자가 ‘일은 똑같이 하는데 나가서 이름 알리는 건 남편이었다'며. 자신의 이름을 찾아준 행복중심생협이 참 고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여성주의가 꼭 생활재로 드러나지 않아도 되요. 여성의 시선으로 조합원과 관계맺는것, 여성의 시선으로 생산자와 연대하는 것. 이것이 여성 생협의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문정 작년에 미투가 사회의 중요한 화두였잖아요. 동북여성민우회와 행복중심 동북생협이 함께 벌인 운동 중 하나가 미투 지지 현수막을 게시하는 거였어요. 또 여성대회에 참가해 연대의 힘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여성주의 아카데미를 열고 여성농민과 함께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행복중심엔 여성 생협이라 불릴만한 활동이 꾸준히 벌여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여성’ 생산자라 겪는 어려움
박상수 주변에 농사짓는 분들을 보면, 남성이나 여성이나 농사일은 거의 비슷하게 해요. 근데 남성들은 바깥일 한다며 돌아다니고, 가사는 모두 여성이 해요. 농촌 여성들은 외부와 교류하지 못하고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행복중심생협을 처음 만났을 때, 참 많이 놀랐어요. 생활재를 낼 때, 남성의 이름으로 출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복중심은 여성 생산자 이름도 같이 내게 하잖아요. 그리고 여성생산자가 고립되지 않게 교류회를 열어 밖으로 불러내고. 이런 활동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외부 업체를 만나다 보면 여성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요. 남성 대표를 대하는 태도와 여성 대표를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다른 게 현실이죠. 더 큰 문제는, 여성 생산자들이 이런 차별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이런 현실은 의식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래시, 그 불편함에 대하여
홍문정 지난해 미투 운동을 하면서 외쳤던 구호는 ‘우리는 두 번 다시 미투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였어요. 여성주의 운동에 대한 반격은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있어왔어요. 특정한 부류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지독하게 견고한 그 카르텔을 한 줌밖에 안되는 여성주의가, 미투의 물결이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박상수 이런 반응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예스였던 여성이 노를 외치기 시작하니 불편한거죠. 그동안 남성이 가졌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이렇게 자꾸 달걀로 바위를 쳐야 세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균열을 일으키다 보면 변화의 틈이 생겨요.

 

다시, 여성주의
강은경 김신양 선생님이 쓴 ‘깊은 협동을 위한 안내서’란 책에서 모든 생협 운동은 여성주의와 접목되어야 한다는 대목이 나와요. 여성주의 운동은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바라보는 시선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의 방법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성주의와 생활협동조합의 만남은 더욱 협동조합을 더욱 협동조합 답게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지향해온 정체성을 어떻게 더 잘 살릴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홍문정 여성주의와 백래시는 공존할 수밖에 없어요. 여성운동을 하는 그 누구도 현재 상황을 낙관만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행복중심생협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의 원래 지향점을 끊임없이 환기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생협이 무슨 여성주의냐? 라고 반격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요. 다른 곳처럼 크고 화려한 매장이나 화려한 생활재가 없을지 몰라도, 행복중심생협은 지역과 사회가 더 평등함을 지향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을 펼치고 여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기대가있어요. 그래서 더 연대하며 활동하면 좋겠어요. 이슈가 있을 때, 함께 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건 참 큰 힘이니까요.

 

박상수 우리 여성들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딘가 불편한 느낌 나만 이런 불편함을 느끼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불편함을 같이 공감해주면 마음이 확 열리는걸 경험하거든요. 여성 생산자들도 그렇게 공감하는 순간들을 많이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산자회 차원에서도 여성 생산자를 위한 활동을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은경 사업을 하면서 여성주의의 가치관을 드러내며 일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산자를 만나는 모임에도 여성 생산자를 더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초대하는 방식도 고려해봐야겠어요.

 

서른 살, 행복중심에게
강은경 우리가 원래 하려던 일,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구현해 내야겠다. 조합원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교육과 활동이 활발해지도록 잘 기획해야겠다. 그래서 행복중심은 ‘여성주의를 접할 기회가 있는 곳, 훈련하고 배울 수 있는 생협이다’ 라고 불릴 수 있게 해야겠다 싶어요.

 

홍문정 행복중심은 저에게 여성주의에 눈뜨게 한 생협이에요. 초심을 잃지 않고 가는 생협, 10년 뒤 행복중심을 떠올리면 거긴 ‘여성주의 생협이지’, 하는 실체가 분명한 생협이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저도 더욱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바라보고 생활재를 이용하는 조합원이 되어야겠어요. 오늘 박상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산자 한분 한분이 너무 귀하신 분들인데, 그간 제가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장에서 생산자분들을 종종 뵐 때가 있는데, 다음에 만나면 꼭 손이라도 한번 잡고 눈이라도 꼭 맞추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다짐이 생기네요.

 

박상수 여성 생산자들이 행복중심에 생활재를 내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우리가 더욱 연대해야겠지요. 자주 만나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생협에는 없는 끈끈한 관계를 다시 만들어나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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