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연합위원회 활동 - 비전위원회

행복 서평 10호

2017-10-19 17:55:45.0 011alsrud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_ 칼리의 딸들

 

 

몇 년전, 여성운동 안에서 논쟁이 있었다. 성매매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불법이다. 지금은 정비의 대상이 되었으나 용산역 집창촌, 청량리 588을 들어 알고 있다. 주권 국가는 주한미군 부대 주변의 성매매업소를 용인했고, 일본군 위안부는 주권 없는 국가에서 여성이 어떻게 희생의 제물이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성급하게 결론지어 보면, 여성의 성은 주권 유무와 상관 없이 유린되고, 국가는 성매매를 인정하는 남성이란 생각이 든다. 논쟁은 복잡하고 어려웠으며 슬프기도 하였다. 성은 매매될 수 없는 것이며, 여성에게 행해지는 성폭력이므로 근절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한편, 성매매 여성을 처벌과 교화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성매매를 법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대해 한 남성은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생계유지를 위해 성매매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는 여성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는 협동조합의 현장과 이론에 정통한 레스타키스 J. Restakis가 쓴 책이다. 주목할만한 세계 여러나라의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협동조합의 쓸모와 성과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 해 준다.

 

1995년 인도의 집창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만든 협동조합, ‘우샤’의 사례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성매매에 대한 논쟁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여성들은 그 논쟁 끝에 올 세상을 볼 수나 있을 것인가. 인신매매로 팔려왔든 자기 발로 들어왔든, 성매매로 자식을 키우며 자기의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선택, 우샤협동조합.

 

우샤협동조합은, 고리대 없이 생활 자금을 융통하도록 계를 조직하고 저축을 장려하는 신용사업을 벌였다. 성병이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한 건강사업, 미성년자 사회 복귀 지원 시설 운영,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폭력 금지 활동 등을 벌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집창촌에 유입되는 미성년자가 1/4에 이르렀는데 10여년 후 0.5%까지 감소되었고, 성매매여성에 대한 가혹 행위는 금지되었고, 성매매 여성은 자녀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자녀들은 출신의 굴레를 벗어나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착취 당하고 배제된 집단이 정치적 운동만으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우샤협동조합은 실질적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고, 성공의 핵심은 여성들이 새로운 사회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깨달음, 본인의 가치를 인식하고 본인과 이해관계가 같은 다른 삶을 발견하는 것, 고립되고 경쟁하는 개인이 아니라, 공통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다.

 

협동조합은 전세계적 변화를 기획하지 않는다. 국가 전환 프로젝트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협동조합은 나중에 올 천국을 지금 미리 실현하는 기획이다. 행복은 유예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샤는 협동의 힘이, 협동조합 조직이 어떻게 조합원의 삶을 바꾸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의 삶이 바뀌어 가는 것, 우리는 그것을 보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안인숙 비전위원장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