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여성과 환경

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2021-02-03 10:04:50.0 arina0322

 

 

 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와 함께 했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며 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어느 별에서, 땅 속 깊은 곳에서 갑자기 솟아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차근차근 쌓아온 환경 파괴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백신이 개발되고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를 극복하게 되겠지만 그 다음, 또 다음 무엇이 우리에게 찾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가한 폭력과 착취를 반성하고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앞으로도 꾸준히 기후위기와 감염병은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기후위기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인류와 조류, 포유류 등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사람에게는 가벼운 감기 같은 질병과 같은 존재였죠.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변종을 만들어내면서 사스(SARS), 메르스(MERS), 그리고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심각한 감염병이 된 것입니다.  

 

 2019년 12월 31일 원인불명의 질병이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약 1억명의 확진자와 2백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코로나19의 원인은 단순하게 박쥐 같은 야생동물을 인간이 섭취하면서 동물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밑에 깔린 진짜 원인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 댐, 도로, 산림 벌채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었습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는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이 낮지만 생물다양성이 줄어들수록 병의 확산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UNFP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이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전파 매개 역할을 한다는 발표도 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 거대 농축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인간사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인구와 도시의 거대화는 질병이 보다 쉽게 전파되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이동과 여행이 급증하며 바이러스 확산이 더 강력해지죠. 세계보건기구는 지구온난화로 사람이 병원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스톡홀름 패러다임’ 이론에 따르면 기후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때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병원체 기회공간’이 열린다고 합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약해지고 식량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늘어납니다.

 

 

 코로나19는 불평등하다


 기후위기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날 때, 물이 범람하고 태풍이 불어올 때, 폭염과 폭우, 가뭄이 일어날 때 누가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될까요. 아파트에 살며 회사에 출근하는 도시민들이 출근길의 교통체증을 짜증내며 라디오로 기후위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을 때, 시골의 농부들은 일년 내내 정성껏 기르던 작물을 모두 잃어버린 채 망연자실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농업과 어업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 그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탄소배출에 가장 적은 책임을 가지고 있지요.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자본을 쌓아가는 나라와 기업의 책임은 고스란히 아무런 산업기반 없이 자연과 더불어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에게 재해로 돌아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이후로 도시 안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은 매 달 꼬박꼬박 월세를 내며 장사를 하던 자영업자들입니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장사를 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건물주에게 정해진 월세를 내느라 빚더미에 앉고 있습니다. 공연할 장소, 전시할 장소를 잃어버린 가난한 예술가들, 회사의 인원감축 1순위에 꼽히는 비정규직 여성들. 그리고 폐쇄적인 시설을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속수무책으로 코로나19에 내몰리고 감염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남성에 의한 가정폭력도 증가했다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불평등 속에 놓여있음을 보여줍니다. 재난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갑니다. 생계 유지가 취약한 가정에서는 극단적인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어머니가 없는 틈에 동생과 함께 먹을 라면을 끓이다가 화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결코 정상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기후위기, 자연재해, 감염병은 불평등을 극대화시키고 취약한 부분을 더 고통스럽게 후벼 파들어갑니다.

 

 

 반대로 걸어가 사람들과 마주보며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을 해봅시다. 우리 사회가 사람과 자원의 이동을 줄이고, 자연과 야생의 서식지를 그대로 두며,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토지보존과 지속가능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공공의 자원으로서 농촌 사회를 지켜나간다면 어떨까요. 이미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들이 시작한 것처럼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로 바꿔나가고, 성장이 아닌 평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기후위기와 탄소배출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탄소배출은 곧 생산이며, 생산은 소비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이 끊임없이 성장하려면 소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고 제품의 가격은 낮아져야 합니다. 값싼 자연과 숲, 땅은 갈아엎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끊임없이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를 24시간 보여주는 세상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십 종의 바이러스가 잠들어 있는 빙하가 녹고 있다는 발표도 들려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확산되던 2019년 겨울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여전히 성장과 개발을 포기하지 못한 채 외치는 그린뉴딜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현재와 미래, 가난한 자와 부한 자, 농촌과 도시, 여성과 남성,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려면 이제까지 걸어왔던 걸음을 반대로 되돌려야 합니다. 이미 지구의 환경은 산업혁명 이전은 고사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1980년대의 수준으로 되돌리기도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우리가 걸음을 멈추고 지구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요.

 

 

 멈추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

 

 기후위기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공허합니다. 물론 개인의 노력과 실천이 따라야 하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산공장과 정글의 불도저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국가가 발벗고 나서서 산을 깎고 해군기지를 만들고 공항을 짓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종말을 향한 질주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위기는 계층을 따라 다가오고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멀고 먼 이야기일 뿐일지 모르겠습니다.


 환경은 더 이상 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환경운동가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존하자는 외침인 것입니다. 생협 조합원인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만이라도 자연과 상생하며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땅과 동물을 위하는 생산구조를 지켜내고 물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세제를 사용하며 포장을 줄여나가고 재활용률을 높여야 합니다. 나아가 삶의 구조를 단순하게 하고 먹고 입는 것, 소비하고 버리는 것 자체를 간소화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실천을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생협을 통해 연대하고 성장과 자본증식, 개발에 대한 욕심을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소비가 친환경 생산자들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돕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끊임없이 사회에 멈춤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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