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몸에 좋고 맛있는 걸 싸게 공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2021-09-09 12:56:25.0 arina0322

 몸에 좋고 맛있는 걸  싸게 공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귀농을 하리라고는 처음부터 생각도 안 했다. 도시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사직하고 NGO 활동을 했다. ‘저녁 없는’ 도시에서의 삶에 회의가 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남편의 고향인 진도로 내려왔다. ‘저녁 있는 삶’을 찾고 싶었던 부부가 저녁 있는 삶이 쉽지 않음을 아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처음 몇 년은 농사일에 지쳐서 매일 저녁밥 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지금도 원하던 삶을 완전히 찾은 것은 아니지만 두 부부는 아직도 농사짓는 게 즐겁고 기쁘다. 진도큰집 대표 김지호, 대표 농부 오창열 부부가 그들이다.

 

진도큰집 김지호 생산자

 

 무농약으로 키운 고춧가루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밭에서 수확한 빨간 고추 하나를 건네주던 김지호 대표. 자기도 하나를 먹으면서 “맛이 달죠! 그냥 이렇게 먹어도 진도 고추는 달아요!” 한다. 얼떨결에 먹은 빨간 고추는 파프리카처럼 달고 맛있었다. “끝까지 먹으면 매우니까 끝은 드시지 마세요!”한다. 직접 밭에서 딴 고추를 씻지도 않고 먹는 것에서 직접 키운 고추에 대한 그녀의 자신감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 했을 때 고추밭에는 빨간 고추들이 태양을 보면서 익어가고 있었고, 고추 수확이 한창이었다. 수확한 고추는 건조장으로 옮겨 태양 볕에 말리는 작업을 한다. 

 

 “고추가 많지 않죠? (앞의 고추밭을 가리키며) 저 고추밭을 보세요. 저 주인은 우리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낄 거예요. 우리보다 고추가 열매도 많고 실해서 수확량이 많으니깐요. 그래도 농약쳐서 수확 많은 것보다 이렇게 농약 덜쓰면서 농사 짓는게 행복하고 좋아요. 힘은 들지만요.” 


 고추나 파는 다른 농산물에 비해 농약을 많이 친다고 한다. 그만큼 병충해에 약하고 잡초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이기에 힘들게 잡초를 뽑고 수확량이 적더라도 농사 짓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배우면서 짓고 있다고 한다. 

 

 

 

 병들면 사람들은 음식을 제일 먼저 바꿉니다.
 이렇게 힘든데 왜 그렇게 많은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에 “사람이 병들면 제일 먼저 바꾸는 게 음식입니다. 그런데 병들기 전에 건강하고 좋은 것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그래서 건강하고 좋은 것을 맛있고 싸게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짓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적어도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최소한의 가격이라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진도큰집과 포서마을 구기자 작목반

 진도큰집은 김지호·오창렬 부부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다, 몇 해를 실패를 보고 다시 지으면서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농부들과 뜻을 모아 만든 농업 법인 주식회사이다. 처음에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서로 의견을 맞춰가면서 같이 농사를 짓고 생활재를 만든다. 포서마을 구기자 작목반은 시골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소통하기위해 만든 작목반이다. 포서마을 구기자 작목반은 80이 넘은 분도 허리를 구부리시면서 다니는 어르신도 모두 작목반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허리가 구부려져서 간신이 작목반으로 오시는 어르신들도 한번 따면 젊은 사람들보다도 잘 따세요! 다만 걸어오시는 게 힘들 뿐이죠. 일주일에 3번 3시간 정도 일하시면서 갖고 가시는 돈은 25~6만원이예요. 매출이 많지가 않아서 이정도 밖에 못 드리지만 여기에 기초노령연금까지 받으면 농촌에서 생활하기는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가 하기 힘든 어르신들 생사도 확인할 수 있어서 돈은 안 되지만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땅을 마을에 내어주고 젊은 사람도 아닌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드리면서 거기서 나오는 구기자를 팔아 그것을 어르신들에게 돌리고 수입의 50%를 마을기금으로 돌리면 부부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그 일의 중요성을 알기에 계속 진행한다고 하면서 웃는 부부에게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파보다 키 큰 잡초들이 많은 파밭

 진도 파는 해풍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단단하고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도큰집도 수확작물 중에 진도 파가 있어서 파밭을 보여달라 했을 때 “우리 파밭은 잡초가 많아서 보여주기 창피해서 다른 작물들 보여주면서 그냥 지나갔어요.”

 
 “처음에 와서 파밭 갈아엎기를 여러 번 했어요! 진도 대파는 약파라고 할 정도로 몸에 좋다는데, 우리는 몇 년동안 파 농사를 짓고도 다 갈아엎었어요. 파가 잘 안되서 엎는 해도 있었지만, 파가 잘 되었는데도 친환경 대파 판로가 없어서, 뽑는 인건비 대비 생각하면 그냥 엎어야 했던 해도 있었어요. 그 해는 정말 속상하고 허탈했어요. 일년을 농사를 지은 건데.... 한 번은 너무 속상해서 남편과 갈아엎은 파밭에서 누워있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실한 파를 지인들이 보고 사주시고 판로도 열어주셔서 이제는 몇 군데 생협까지 나가게 되었어요. 그동안 들어갔던 수고를 보상받고 파 농사를 도와주는 것 같았어요.”


 파밭은 진짜로 잡초가 파보다 더 크게 자라고 있었다. 잡초를 계속 뽑아주어야 하는데 고추 수확 때문에 아직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에 있을 때는 이 풀이 아토피와 피부에 좋아서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사용도 하고 지인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어요. 그런데 이 풀이 파밭에 이렇게 많이 나있는데 다 뽑아야 하는 잡초인 거예요.”


 "사실 제초제 뿌리면 싸고 간단하거든요. 잡초를 뽑기위해 몇 사람 인건비가 계속 들어가야 하는데, 평당 몇천원짜리 제초제 사서 한두면 치면 되니까. 그래도 우리는 친환경으로 해보자, 제초제 없이 해보자. 사람 입에 들어갈 꺼니까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농사가 계속 될 수 있도록 사주시는 분들, 유통할 곳이 더 필요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잡초와 어우러진 부부의 대파를 보며, 그래도 이런 생산자가 있어 독한 제초제 없이 자란 대파를 먹을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도시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에 와서도 잡초하나 없이 깨끗한 파밭을 많이 보았다. 이렇게 많은 잡초는 보지도 못했지만 보면서도 왠지 모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비록 파 한 줄 잡초 한 줄 빼곡히 들어선 파밭이지만, 심고부터 계속 자라는 잡초를 뽑고 또 뽑았을 부부의 모습에서 따뜻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글·사진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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