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콩나물로 행복을 나누는 우리마을 강화콩나물

2021-02-02 13:34:05.0 arina0322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콩나물로  행복을 나누는  우리마을  강화콩나물

 

 우리마을은 성공회에서 설립한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이곳에서 행복중심생협에 맛있고 건강한 콩나물을 공급하고 있다. 꾸준하게 사랑받던 강화콩나물이 재작년 중단되었다. 생산공장이 모두 불 타는 사고가 있었고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분들도 십시일반 힘을 모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후원금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다시 강화콩나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발달장애인의 삶 터, 우리마을 

 우리마을은 설립된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마을은 김성수 주교가 본인 소유의 강화도 땅을 기부해서 만들었다. 김성수 주교는 약 50년 전 발달장애인을 위한 학교인 성베드로학교를 설립한 분이다. 학교를 세우고 자기 사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이 졸업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졸업을 하는 순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에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우리마을을 만들었다. 올 해 92세가 된 김성수 주교는 우리마을에서 촌장할아버지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으신다.

 
 이대성 신부는 우리마을 원장으로 온 지 8년이 되었다. 약 50명 정도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콩나물 생산은 20명 정도가 하고 있다. 다른 일에서는 수익이 거의 없어서 사실상 콩나물에서 나는 수익으로 모두의 급여를 해결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사실 비장애인들의 일터에서도 다양한 어려움이 있잖아요. 발달장애인들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에 어려움도 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들의 문제는 발달장애인들이 아닌 비장애인들에게 맞춰진 작업 환경과 사회구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발달장애인들도 충분히 시간을 주면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이대성 원장은 무엇보다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서로 해맑게 웃고 떠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작년 화재 때 힘들어 하던 중 한 친구가 다가와서 “힘들죠?” 라고 말을 건네주었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가장 좋은 품질의 콩나물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결국 콩나물이 남았다. 버섯, 상추, 양계 등을 시도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콩나물은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아서 계속 할 수 있었다. 콩나물은 우리에게 친숙한 먹거리다. 간단하게 끓이는 콩나물국에서부터 다양한 나물과 찜 요리 등 쓰임이 많다. 게다가 콩나물은 섬유소가 많아 숙변 해결과 장건강에도 좋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우리마을에서 생산하는 콩나물은 오로지 국내산 무농약 원두만 사용한다. 당연히 GMO 걱정도 전혀 없다. GAP와 iso22000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도 받았다. 마셔도 좋은 깨끗한 물로만 재배하고 콩나물에 최적화 되어 있는 저온, 중온, 고온의 물온도를 때마다 맞춰준다. 이번에 공기를 정화하는 시스템도 새로 갖추었다. 재료에서 생산시설, 그리고 품질관리까지 모두 최고를 자부한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강화콩나물

 처음에 원두가 들어오면 다시 물에 담가 떠오르는 콩을 걸러낸다. 선별에 선별을 거쳐 양질의 원두를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6일 동안 배양실에서 콩나물을 키운다. 물을 주는 온도, 시간, 간격을 정확하게 맞춰주고 공기질까지 깨끗하게 관리한다. 잘 키운 콩나물은 깨끗한 물로 세척해서 바로 포장까지 마무리한다. 


 우리마을도 처음 콩나물을 생산할 때는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꾸준히 상품으로 내놓을만한 품질을 맞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지금은 최고 품질의 콩나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우리마을의 콩나물시설은 자동화 라인을 갖추었지만 일부 작업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남겨두었다. 모든 것을 자동화로 하면 생산성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들의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마을이 콩나물을 생산하는 목적은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화재도 꺾을 수 없는 사랑과 연대의 힘

 알다시피 재작년 10월 콩나물공장이 전소되었다. 한순간에 발달장애인들의 일터가 사라진 것이다. “화재가 났을 때 참 황망하고 좌절감이 컸죠. 친구들의 삶의 터전이 불타오르는데 그걸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제 모습에 무력감과 죄책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게 1년 4개월 만에 재건될 거라고는 그 때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죠. 참 감사한 것은 지역 주민분들이 한 달 후에 바자회를 열어주셨고 우리를 위해 천만원을 모아주셨어요. 어린 학생이 돼지저금통을 가지고 오기도 했죠.” 


 많은 이들의 사랑과 연대의 힘이 컸다. 행복중심 조합원들의 정성도 더해졌다. 행복중심과 우리마을의 인연은 깊고 오래되었다. 2003년부터 행복중심생협(당시 여성민우회생협)에 콩나물을 공급하기 시작해서 벌써 18년째 인연이 맺어지고 있다. 그렇게 우리마을이 다시 일어서고 1년 4개월 만에 공장을 가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예전보다 더 좋은 공장과 설비를 갖추게 되었고 생산량도 2배가 늘었다. “작년에는 장마가 너무 길어 국내산 콩의 품질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좋은 시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지만 올 해 콩농사가 잘 되면 내년에는 더 좋은 품질의 콩나물을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마을의 더 큰 꿈

 우리마을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더 큰 꿈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이 정년이 되어 퇴직하면 사회에서 더 이상 돌봄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이 퇴직 후에도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을 위한 노인시설을 지으려고 한다. 이렇게 김성수 주교의 아내인 후리다 여사가 설립한 발달장애인 유아학교를 시작으로 성베드로학교를 거쳐 우리마을 직업재활시설과 노인시설까지 평생을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중에서 장애인들에게 최저시급을 줄 수 있을 정도 수준을 갖춘 곳은 열에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사업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마을은 4대보험과 최저시급, 그리고 정년을 보장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도 우리마을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많이 방문한다. 그 때마다 우리마을의 노하우를 전부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 경쟁상대가 아니라 함께 발전해야 할 동반자로 보기 때문이다.

 


 

“저는 우리마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이곳에 살고 있는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렇구요. 오히려 우리마을 같은 곳이 더 많아지는 것을 원합니다. 행복중심생협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들이 있잖아요. 단순히 좋은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생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연대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열심히 생산한 콩나물을 이용해 주시는 것은 서로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마을 강화콩나물 사랑해주시고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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