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마음먹은 친환경 농사로 키워낸 맛난 레드머스크메론을 만나다

 발을 들여놓자마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지는 하우스에는 예쁜 메론들이 달려 있었다. 수박과 비슷하게 자랄거라 생각했는데 하늘로 쭉 뻗은 줄기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메론을 보니 내 짧은 상식이 부끄러웠다. 생산자가 키우는 메론은 레드머스크메론이다. 겉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머스크메론과 같지만 속은 초록이 아닌 주황빛을 띄게 된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더 기다리면 출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자가 농사를 짓게 된 계기
 김홍열 생산자는 서천군의 작은 생산자연합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회원 10명 중 메론생산자는 4명이다. 충남의 학교급식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 정성껏 기른 메론을 출하하고 있다. 올 해에는 부여친 환경연합회와 함께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에게 레드머스크메론을 선보인다. 사실 김홍열 생산자가 우리와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여성민우회생협이었던 시절에도 쪽파, 달래, 수박 등을 생산하며 조합원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했던 인연이 있다.

 생산자는 서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건강이 나빠져 다시 서천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어느덧 귀농 15년차가 된 생산자는 원래 농사를 지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장사꾼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매입해 가는 걸 보고 다투게 되었고 여러 농민들의 힘을 모아서 제대로 된 값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농사도 안지으면서 왜 끼어드냐.”는 말에 발끈해서 “나도 농사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 것이 시작이라고.

 처음부터 친환경으로만 시작한 농사
 “아무래도 내가 직접 먹는다고 생각을 하니까 농약을 쓸 수 없었죠. 잔류농약이 몸에 축적되면 해로운 것은 당연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농약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무농약, 유기농 메론 농사를 짓고 있는 생산자는 자기 뿐 아니라 일반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설득해서 친환경으로 전환 시키고 있다고 한다.

 사실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15년 전에는 친환경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기반도 약했다.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한 자재도 없었기 때문에 생산도 힘들고 판매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땀흘려 키운 작물들을 1/3도 못 팔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정성껏 농사지어도 판매를 못해서 다 갈아엎기도 했었죠. 버티질 못하던 회원농가들도 하나씩 떠나가고. 그땐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농가들이 자기가 키운 농산물을 잘 팔고 함박웃음 짓는 걸 보면 행복해요.”

 친환경 농사는 시작부터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관행보다 1/3 이하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엔 생산량도 관행의 60%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도 땅을 믿고 꾸준히 짓다보면 4~5년차부터 땅이 힘을 회복하며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오게 된다고 한다. 생산자는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친환경이 일반 농사보다 힘든 줄 모르고 시작을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레드머스크메론, 너는 누구니?
 아직은 이름도 생소한 레드머스크메론은 과육이 붉다고 해서 적육메론이라고도 부른다. 레드머스크멜론은 당도가 약 15브릭스 정도로 일반 멜론보다 높다. 그래서 한 번 먹어본 분들은 꾸준히 레드머스크메론을 찾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과육을 씹는 식감도 좋고 메론에 들어있는 성분은 몸에도 좋다. 김홍열 생산자는 메론농사를 지을 때부터 레드머스크메론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레드머스크메론은 자가육묘를 한다. 친환경 농사에 맞는 묘종을 구하기도 어렵고 특히 레드머스크메론은 육묘장에서 팔지 않는다고 한다. 생산자가 직접 자가육묘로 25일 정도 길러 하우스에 정식을 하면 약 80일정도 후에 수확을 할 수 있게 된다. 10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비료는 땅에 퇴비를 깔고 물을 주는 정도로 한다. 메론이 자라면 마디마다 순이 나오는데 부지런히 순을 제거해주고 하나만 남겨서 한 나무에 메론 한 통씩만 키운다.

 메론은 베타카로틴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항산화작용과 면역력증진에 효과적이다. 행복중심생협에 출하하는 생산자의 메론은 잔류농약 걱정없이 먹어도 좋다. 올 여름에는 시원하고 당도 높은 레드머스크메론 꼭 한번 먹어보자.

글·사진 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