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정말 맛있는 상주 포도 잘 키워 보내드려요

2019-07-30 14:32:49.0 arina0322

정말 맛있는 상주 포도 잘 키워 보내드려요

상주땅모임 왕혜진,  박창배 생산자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시골살이란 새로운 관심사 아닐까.

젊은 사람들도 귀농귀촌을 계획하거나 꿈꾼다. 꼭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지 않더라도 그런 한적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쉬고 싶다.

바쁘게 움직이고 매일 반복되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영업사원이 친환경 포도농사를 짓기까지
 상주에서 포도농사를 시작한지 이제 7년차인 왕혜진, 박창배 생산자도 귀농인이다. 박창배 생산자는 상주로 오기 전, 경남 김해에 살면서 자동차부품 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직장생활, 특히 사람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다 툭 하고 아내에게 말을 던졌다. “우리 시골에서 농사 지으면서 살까?” 남편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는지 아내 왕혜진 생산자는 담담하게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렇게 바로 사표를 내고 전국을 돌아다니다 찾은 곳이 상주다.

 
 처음부터 친환경 농사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친환경 농사의 매력에 끌렸다고 한다. 결국 아내인 왕혜진 생산자 몰래 친환경 농사를 시도했다. 왕혜진 생산자는 남들과 똑같이 약은 주는데 왜 우리 포도나무만 벌레가 많은지 알 수가 없었다며 의아해 했다. 기존 농약을 치는 대신 직접 만든 방제약을 뿌린 지 일 년 후에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제는 재밌는 이야깃거리다.

 

상주땅모임, 그리고 젊은 귀농인들과 함께 
 ‘상주땅모임’은 상주지역에서 과일 위주로 생산을 하는 사람들의 조합이다. 포도, 복숭아, 살구, 자두 등을 재배하고 모두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다. 친환경 과일은 납품처가 뚜렷하지 않고 대부분 직거래를 해야 해서 힘들었다. 그러다 상주땅모임을 알게 되었고 회원으로 함께 하며 포도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박창배 생산자는 지금 상주땅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 

 

 처음 상주로 귀농을 했을 때 이미 먼저 귀농한 선배 농부들의 모임이 있었다. 다들 마을보다는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사는걸 좋아해서 ‘골짝모임’이라고 이름 붙였다. 생산자 부부도 이들과 함께 만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한 번은 작은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함께 힘을 모아 기획해 살고 있는 지역 모동에 작은 도서관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친환경 무농약 포도농사를 할 수 밖에요
 생산자 부부는 결혼 후 둘째가 세 살이 될 때쯤 상주에 왔다.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며 아이들과 함께 살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농사는 만만치 않았다. 가뜩이나 손이 많이 가는 포도농사에 요령도 부족해 밤이 늦도록 일을 해도 분량을 마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주변에서는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 나무가 다 죽는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하지만 결국 무농약 농사를 택했고 그건 잘한 선택이었다.

 
 “나와 아이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포도를 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쁜 일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포도밭을 누비고 따먹어도 괜찮은 농사를 짓자고 마음 먹었죠.” 삶의 질도 도시에 있을 때보다 여유로워졌다. 상주의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은 별을 바라보는 기쁨, 아름다운 노을이 질 때 아이들이 엄마 품에 안기며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라고 말할 때 얻는 행복은 비교할 수가 없다. 

 

한 송이의 포도를 얻기 위한 노력
 혹시 포도농사를 짓는 어떤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생산자는 겸손하면서도 당연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비법이 딱히 있는건 아니고요. 포도나무가 그때마다 뭘 필요로 하는지 잘 관찰하고 공부해서 넣어주고 방제도 하는거죠. 기본에 충실해요. 모르는게 생기면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묻기도 하고요.”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약품은 박창배 생산자가 직접 배우고 경험한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만들어 쓴다. 땅과 사람, 그리고 포도에게 모두 좋은 약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실 방제약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잎이 말라버리거나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친환경 재료로 직접 배합해 만들기 때문에 테스트 기간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포도는 일 년 농사라 결과를 얻는 것도, 실수를 만회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쉽고 편한 길을 가지 않는 이유는 생산자 본인의 포도를 먹을 조합원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 아닐까. 

 

 처음엔 실패도 했지만 노하우가 쌓이고 소문이 퍼져 이젠 선배 농부들도 친환경 방제를 하기 위해 직접 배우러 온다고 한다. 그 모습에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왕혜진 생산자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포도를 수확하고 남은 가지들을 잘게 갈아서 다시 땅에 퇴비로 뿌려준다. 자연의 순환 속에 어우러져 먹게 되는 한 송이 포도가 참 귀하다. 

 

 

상주 포도 정말 맛있어요
 박창배 생산자는 원래 포도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김해에서 살 때엔 맛있는 포도를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포도가 아닌 블루베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귀농지를 찾다가 간 상주에서 포도를 맛본 후, 포도 맛에 빠져버렸다. 지금껏 알던 포도맛이 아니었다고 한다. 포도를 재배하는 모동은 고랭지이다. 포도는 기온차가 클수록 맛이 좋다. 대신 봄에도 새벽이면 기온이 떨어져 꽃이 필 무렵 서리피해를 조심해야 한다. 

 

 상주땅모임은 올해부터 행복중심생협과 함께 포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생산자가 반해버린 그 맛이 궁금다하면 상주 캠벨포도를 꼭 주문해보자. 왕혜진, 박창배 생산자는 포도뿐 아니라 포도즙도 공급하고 있다. 상주의 네 농가가 모여서 ‘농바라기’라는 법인을 만들고 ‘포도가 한가득’이라는 포도즙을 만들어 작년부터 행복중심생협에 공급하고 있다. 모두 무농약 농사를 짓는 귀농인들의 포도로 만든 포도즙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왕혜진 생산자는 앞으로 포도농장을 예쁘게 꾸몄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놀러올 만큼 예쁜 포도농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다. 박창배 생산자는 앞으로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포도를 생산하고 싶다고 한다. 가지치기나 방제작업을 제외하면 농사의 모든 과정을 두 생산자가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사이가 좋을 때는 오순도순 이야기도 하면서 마주보고 일하지만 싸운 날에는 서로 어디서 뭘 하든 신경도 안쓴다는 재밌는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포도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무언가 생산자만의 활용법이 있는지 궁금했다. 왕혜진 생산자는 포도 효소를 담가 음료로 먹어도 좋고, 아이들에게 푸딩처럼 만들어 먹여도 좋다고 했다. 포도즙을 그대로 얼려 아이스바처럼 먹거나 건포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원한다고 해도 생산자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생산자가 친환경 무농약 농사를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은 조합원들의 꾸준한 소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정직하고 열심히 농사를 짓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조합원 분들은 우리가 만든 농산물을 맛있게 드셔주실 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글ㆍ사진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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