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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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로 일어서는 협동조합

2020-03-02 14:03:32.0 arina0322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로 일어서는 협동조합

행복중심 아현매장을 새롭게 열며


 

 행복중심은 협동조합이다. 대학동문회, 향우회, 기독청년회, 의사협회 등과는 다르다. 학벌, 신분, 종교, 인종, 직업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상이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집합이니만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룬다. 또한 누구나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만큼 평등하다. 누구라도 먹고 마시며, 몸을 누일 집이 필요하며, 병들고 죽는다. 생로병사 속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평평한 사회를 이루어간다.

 

협동조합이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협동조합은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을까? 석탄이 국가 에너지의 기본이었을 때 정선, 태백은 온통 검은 가루가 날리는 호황을 이루었다. 아무리 호황이어도 유통산업이 발달되지 않아 그곳의 물가는 터무니없이 높았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면 100원짜리 고무신 하나가 1,000원이 되던 시절, 유통과정의 폭리를 없애기 위해, 부족한 생활물자(시장 부재)를 적정한 가격과 양질로 공급받기 위해 자연스레 소비조합이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산업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지던 시기, 안정적 일자리와 깨끗한 주거환경 및 교육의 기회가 부족하여 고통 받는 사람들이 실업에 대비하여 공제조합을 만들고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교육을 통해 시민교육의 장을 열었다. 이것이 근대 유럽 협동조합의 출발이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국가복지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혹은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직이 만들어졌다. 맘모스를 사냥하기 위해 팀을 짰던 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상호 부조하는 사회를 이뤄 생활을 이어갔다.

 

생협의 독특함과 필요성
 한국의 생협, 소비자협동조합은 매우 특별하다. 친환경유기농산물 공동구매를 제 1의 목적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소비조합이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산업일꾼의 건강이나 먹거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개발과 성장을 위한 시장자본의 소용돌이는 무상으로 자연을 사용하고 훼손하고, 그 피해는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멀게는 원진 레이온 노동자들의 죽음, 가깝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 속에서, 생협이란 조직이 생겨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생협은 시장과 국가의 부재(친환경농산물 생산자도 없고, 친환경농업이 정책의제도 아닌 시기) 속에서 생산자를 육성하고, 정부정책의 증산정책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에서 소비자들이 뭉친 것이다. 성과로 본다면, 친환경육성법이 제정되었고, 친환경 유통판매기업들이 생겨났다.

 

십시일반,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제도
 협동조합이 유용한 성과를 내는 비결은 주인이 여럿인 경제조직이라는 것이다. 대개 소유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기업을 나눌 수 있는데, 외부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것을 직접 해결하여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형태로 기업이 진화했다고 한다. 주식회사는 자본을 조달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노동이야 자본으로 사면 되는 것이고 자본을 스스로 조달하는 것이 기업운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에 발달했다고 해석한다. 철도건설, 신대륙 탐험 등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자를 모집한 경우이다.

 

 자본 조달보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비용이 든다면 그것을 절감하기 위해 인적 결사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다. 물자의 소비는 구매력을 핵심으로 하기에 구매자들이 주인이 될 때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구매유통과 관련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서 소비자가 착취당하는 일이 클 때 소비조합은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의 근본은 바로 사람이다. 주식회사에 비해 협동조합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최대의 어려움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현명하게도 가장 어려운 요소인 ‘사람’의 문제를 이미 해결하고 십시일반이라는 경제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영리한 선택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만인의 작은 협동으로 만들어 내는 행복중심의 미래
 행복중심은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잘 실현해 왔는데, 구매력을 바탕으로 생산자를 발굴하고, 소비를 통해 생산이 지속되도록 해왔다. 조합의 생활재 가격은 생산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조합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적절한 비용을 포함하여 책정되었다. 조합의 대차대조표에 흑자가 난다면 조합원에게서 많이 받은 것이고, 적자가 난다면 너무 적게 받은 것이다. 소비조합의 주인이 조합원이라면 조합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므로, 균형재정을 지향할 것이다. 

 

 고양파주행복중심만 보아도 지난해 조합원이 조성한 운영비를 보니, 한사람 당 연 2,700원을 낸 셈이었다. 모두가 참여하면 가계부에 흔적도 나지 않을 돈으로 조합이 운영된다. 물론 많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월 1회만 청구되기 때문이다. 협동을 장려하는 제도이다. 

 

 매장을 개설할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게의 주인이 되어 이용할 사람들이 함께 출자하니 개인이 져야 하는 몫은 현저히 줄어든다. 협동조합의 슬로건인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는 종교적으로 까지 들리는 신용협동조합의 신조다. 이는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헌신, 조국독립을 위해 폭탄을 가슴에 품는 것에 비할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협동사냥의 사회적 유전자가 있고, 합심이 되기만 하면 갹출을 통해 뚝딱뚝딱 일을 해내는 제도도 발전시켜 왔다.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경제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오래 살고, 혼자 사는 기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어렵고 쓸쓸한 인생이라는 낯설지 않은 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조합에서 출자와 이용이라는 경제적 참여를 통해 자본가에게 굽신대지 않고 우리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과제 앞에서도 두려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줄 필요 없는 십시일반의 제도를 통해, 행복중심이 조합원의 필요를 해결해 나가는 더 많은 일들을 벌이기 바란다. 

 

안인숙 
행복중심생협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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