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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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 30년, 걸어갈 30년

2019-11-28 16:39:59.0 arina0322

걸어온 30년, 걸어갈 30년

 

왼쪽부터_  석영철 조합원,  김현정 조합원,  강은경 회장,  조인숙 조합원,  최진영 조합원

 

 

행복중심 30주년을 맞아 정동의 한 카페에서 조합원들이 모였습니다. 한 테이블 둘러앉아 이야기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요리 블로거 석영철 조합원, 창립멤버 조인숙 조합원, 서울생협 최진영 이사, 열심활동가 김현정 조합원, 행복중심 회장 강은경 조합원 이렇게 다섯분을 모셨습니다. 

 

 

 

홍보팀 :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참 감사드려요. 여기 모이신 분들이 어떻게 처음에 행복중심을 만나고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석영철 조합원 : 저는 생협에 관심이 없었는데 아내가 계속 권유를 했어요. 우리집은 아이가 아토피가 심했거든요. 그래서 아내가 오직 생협 재료만 구입해 먹고 살았어요.

놀러가도 아이들과 따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고요. 그러면서 정말로 아토피가 많이 나았어요. 그걸 보고 생협으로 마음이 움직였죠.

 

조인숙 조합원 : 저는 성당에서 같이 주문을 해서 먹거리를 받아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섯 집을 모아서 공급을 시작했어요. 1989년에 시작했으니 초창기 멤버죠.

제가 362번 조합원이에요. 저는 생협 물건의 본질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실제로 여기서 받은 유기농 생활재를 먹고, 현미를 먹으면서 알러지 반응이 없어졌어요. 


최진영 조합원 : 저는 아이를 위한 유기농 먹거리 때문에 생협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서울생협에 펨북 소모임을 알게 되고, 함께 참여하면서 행복중심을 깊이

접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펨북 모임도 이끌고 있고요.

 

김현정 조합원 : 강원도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울산으로 가서 7년 정도를 살았어요. 공기도 물도 안좋았죠. 어느날 남편이 원형탈모가 생겼어요.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게 생긴다는거에요. 고민을 하다가 아이 둘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김포로 왔고 행복중심을 만났어요.

어쩌다보니 신입조합원을 많이 가입시켰다고 상을 받으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여성민우회 생협과의 깊은 관계가 시작되었죠.

 

강은경 회장 : 저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독박육아를 하다가 애기들과 껴안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 여성민우회에서 하는 부모교육훈련을 만났어요.

첫 번째 생산지 견학이 기억나요. 용기있게 애 둘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갔죠. 애들은 먹은 거 토하고 난리치고 저는 수습하느라 고생하고. 그래도 주변 선배들이 싫어하지 않고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저는 생협에서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은 팁을 얻었던 거 같아요.

 

최진영 조합원 : 활동가로 1년 남짓 활동하면서 생산지 기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족들에게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기도 쉽고요.

최근에 덕산 벼베기 체험을 갔다 왔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조인숙 조합원 : 1990년쯤 생협에서 1박 2일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해 주셨는데 용기가 없어서 참가를 못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챙겨주던 여성민우회 생협에 고마움을 느껴서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강은경 회장 : 조인숙 선생님은 매주 한 번도 안빠지고 공급을 받으셔서 상도 받으셨잖아요. 


홍보팀 : 대단하네요. 몇 년 동안이에요?


조인숙 조합원 : 30년이요. 실수로 한 번인가 빠지고 한 번도 빼먹지 않았어요. 시장을 일절 보지를 않았어요. 


석영철 조합원 : 사람들이 생협꺼는 비싸다고 하잖아요. 저는 사실 비싸다고 하는걸 이해하지 못해요. 마트에 가면 싸지요.

하지만 계란 같은 것도 어떻게 닭이 알을 낳고 그게 우리에게 오는지를 알면 그런 말을 못해요. 저는 생활재 중에서도 계란을 가장 많이 이용해요.

아토피가 있으면 계란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생협 계란은 먹어도 아토피가 일어나지 않아요. 먹어보면 바로 티가 나요. 
 

최진영 조합원 : 배불리 먹는 사회도 문제인거 같아요. 
 

홍보팀 : 값싼 걸 많이 먹는 것보다 좋은 걸 적당히 먹는 게 필요하죠. 
 

강은경 회장 :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라 그런거 같아요. 눈에 보이는 계란은 똑같아 보이지만 그 계란이 생산되어 오는 과정은 다른 거잖아요. 
 

조인숙 조합원 : 성당에서 신부님이 오셔서 말씀하셨어요. 마른 짚에서 편히 자는 돼지가 얼마나 되는 줄 아냐. 백 마리 중에 한 마리 밖에 없다고 그래요.

돼지를 그렇게 길러서 먹어야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셨어요.
 

김현정 조합원 : 저는 페트병 라벨을 다 떼서 분리수거를 하거든요. 아들이 그래요. “엄마가 혼자 다 떼어도 소용없어. 다른 사람은 다 그냥 버려.”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하라고 해. 엄마는 계속 뗄거야.” 제가 나가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좋은 책을 읽어도 행동이 변하지 않으니까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한 분이 저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선생님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지금까지 많은 걸 경험하셨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거니까 시간이 좀 더 걸릴거에요.” 그 말에 감동했죠. 젊은 엄마들을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모든게 처음이에요. 아기도 처음이고. 힘들고 외로운데 생협에서 말하는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그래요. 우리가 2~30대와 계속 대화하고 공감해야 겠구나

생각했어요. 
 

강은경 회장 : 신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우리 세대와 많은 차이가 있는거 같아요.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생협들도 다 같은 고민이에요.

식생활도 계속 변하고 있고요. 집에서 잘 차려먹지 않고 배달도 빨리 와야 하고. 
 

석영철 조합원 : 사실 예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간편식이 많아서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게 참 편해요. 이유식은 더 그렇고요.

그런 제품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걸까 싶어요. 연령대별 필요에 맞추는거죠. 
 

김현정 조합원 : 저는 좀 다르게 생각이 든 것도 있어요. 동네에 작은 분식점이 있어요. 엄마가 오고 자식이 오는 오래된 떡볶이집이에요.

사람들이 할머니 건강하셔서 꼭 제 자식도 먹으러 오게 해달라고 말을 해요.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우리는 이런 곳이 되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요새는 유투브를 많이 보더라고요. 요리도 유투브를 많이 봐요. 찍을 때도 하나씩 천천히 다 보여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석영철 조합원 : 유투브를 해야 하나. (웃음)
 

최진영 조합원 : 똑똑한 소비에 대해 앞장서 주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가령 식단 같은 걸 짜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1인 가정에게 제철에 뭘 먹을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홍보팀 : 마지막으로 행복중심에게 앞으로 바라는 것을 한 가지씩 말씀해주세요.

 


조인숙 조합원 : 철학적인 가치도 먹거리와 같이 병행해서 발전해 나가면 좋겠어요.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가치가 필요해요. 
 

석영철 조합원 :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정신은 서로 돕는 거잖아요. 행복중심이 처음부터 하고자 했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면 좋겠어요. 
 

김현정 조합원 : 각박한 현실 속에서 젊은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게 있을거에요. 우리는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진영 조합원 : 미래를 생각할 때 포장재 같은 부분에서 환경을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유기농을 팔지만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도 같이 파는 것이니까.

앞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을 한 걸음 더 빨리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은경 회장 : 사실 생협은 마켓컬리 같은 일반 기업과는 가치나 관계의 차이가 있잖아요. 하지만 다른 생협들과 우리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하는 고민은 들지요.

저는 요즘 실망도 겪기도 하고 다들 하나 둘씩 떠나가는 거 같아 울적했는데 오늘 모임을 보니까 다시 힘이 나네요. 
 

김현정 조합원 :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 생협에 왔고 모임을 이끌어 왔는데 지금은 또 다른거 같아요. 그래도 영화나 책들이 예전 것을 다시 재해석해서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은 어렸을 적 행복한 시절을 되돌리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생협에서 행복하게 지내왔다면 그걸 나누어주는 것이 우리 역할 아닐까 해요. 
 

강은경 회장 : 지금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아요.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가거나 아예 ‘욜로’를 하거나. 90년생 두 자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 이들이 기성세대가 될 텐데 이런 사회 속에서 생협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김현정 조합원 : 이제는 제가 있는 독서모임에서 최고령자가 되었어요. 그런데 몇몇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셔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가끔 한 마디 해 주는게 큰 힘이 된다고.

그런 역할을 기존의 조합원이 해주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새로운 분들에게는 마음껏 무언가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요. 
 

 

홍보팀 :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네요.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요. 오늘 못다한 이야기는 또 좋은 시간을 만들어 다시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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